감염경로 불분명한 환자 늘어… 당국 “진정세 판단 유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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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
길어지는 메르스 잔불 처리

0명(20일)→3명(21일)→3명(22일)→3명(23일).

숫자만으로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20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뒤 21∼23일 3명씩만 발생했고, 24일도 4명에 그쳤기 때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환자들이 발생하는 양상이 다소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칫 잔불 처리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보건당국의 선제적 격리 미비로 환자가 발생했다.

슈퍼 전파자인 76번 환자는 6일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6층 병동에 5시간가량 머물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6층 일부 병실에 있던 환자만 격리했다. 76번 환자가 6층에 머문 시간이 짧고, 고관절 환자라 이동 범위가 좁다고 판단했던 것. 하지만 6층의 다른 병실에 머물던 176번 환자(51)가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1일 확진된 170번 환자도 같은 이유 때문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격리 대상을 6층 전체로 설정했다면 감염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76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격리 범위가 상당히 좁게 설정됐다”고 대응이 미비했음을 인정했다. 또 “건국대병원의 신규 입원, 외래 등을 중단하는 부분 폐쇄 조치를 취해 더 강도 높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178번 환자(29)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평택박애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간병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떤 환자와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접촉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의 통제망을 벗어난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경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격리자들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격리관찰자는 19일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었지만 24일에만 298명이 증가했다. 5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76번 환자와 접촉한 뒤 10일 증상이 발현됐지만 서울 강동 지역 4개 병원(목차수내과, 상일동 본이비인후과, 강동신경외과, 강동성심병원)을 돌아다니며 약 7500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173번 환자 탓이다.

의료진의 감염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179번 환자는 강원도 내 국가지정 격리병원인 강릉의료원의 간호사로 96, 97, 132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간호사는 12일 132번 환자를 서울로 이송하면서 구급차에 동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간호사가 레벨 C등급(모든 피부를 공기와 차단하는 수준)의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은 5시간가량 구급차에서 땀을 흘린 간호사가 보호구를 벗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와 접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최대 잠복기(14일)보다 약 12일이 지나 확진을 받은 사례도 발생했다. 177번 환자(50·여)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후 입원했다 24일 확진 사실이 알려졌다. 정 반장은 “177번 환자는 입원 당시부터 열이 있는 등 증세는 잠복기 안에 발현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18일 메르스 검사에서 한 차례 음성이 나오는 등 진단에 시간이 걸린 케이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메르스#감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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