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환자 178명(24일 기준) 중 71명은 환자를 보거나 간병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가족과 방문객, 간병인 등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확진환자 10명 중 4명(39.9%)꼴이다. 국내 병원문화 특성상 한 사람이 입원하면 병문안을 해야 하고 보호자가 간병해야 해 병원에선 항상 감염의 위험이 높다. 병원에서 병을 얻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는 병동이 보호자 없는 병동(포괄간호서비스병동)에 비해 병원 내 감염 위험 가능성이 2.87배 더 높다고 밝혔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전국 26개 의료기관을 건강보험공단과 조사한 결과로, 함께 연구를 수행한 김현정 고려대 의대 근거중심의학연구소 교수는 “국내에서 많은 수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까닭도 병원에 1인실이 적어서가 아니라 병실을 찾는 보호자와 가족, 간병인 등 비의료인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인실이든 6인실이든 그곳은 각각 환자가 1명, 6명이 있기 위한 공간이지 그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밀접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메르스도 감염 환자와 다른 방문객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되면서 손쉽게 전파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에서 치료 받고 있는 10번 환자는 1번 환자와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한 아버지(76·3번 환자)를 문병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보호자가 환자와 숙식까지 함께하는 간병문화는 환자를 전담하는 간호사 수가 크게 부족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 201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우리나라가 4.7명으로 22위다. OECD 평균은 9.1명이며 일본은 10명, 1위인 스위스는 16.6명이다. 김 교수는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전에는 우리나라처럼 보호자와 간병인이 병실에 머물렀지만 1994년에는 환자가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간병인 활동을 폐지하고 이후 보호자도 병원에서 머무르지 못하게 했다”며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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