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진혜원 영양팀장(54·여)은 격리병동에서 치료 중인 환자 11명과 의료진의 점심 도시락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순환근무로 그날 식사 명단에서 빠지는 의료진을 감안해도 한 끼에 만들어야 할 도시락 수는 약 25개. 진 팀장은 국물 하나 새지 않게 모든 도시락을 손수 랩으로 밀봉해 격리병동으로 전달하고 있다. 진 팀장은 “배식 음식을 만드는 것 외에 따로 격리병동 음식을 챙겨야 돼 평소(메르스 이전)보다 일거리가 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피곤하긴 하지만 메르스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와 의료진을 생각하면 하나라도 허투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낮 12시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진 팀장은 병원 주차장의 승합차로 분주히 도시락을 날랐다. 격리병동까지는 채 300m가 되지 않는 거리. 도시락 전달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 환자들과 의료진에게 따듯한 음식을 전하고자 고안해낸 방법이다. 진 팀장은 “차에 싣고 내리는 과정이 힘들긴 해도 반갑게 도시락을 받는 의료진을 보면 그저 기쁘다”고 설명했다.
고훈석 시설관리팀 차장(41)은 수시로 음압병실을 찾아 병실 내 공기압 상태를 확인한다. 병실 내 공기압을 낮은 상태로 유지해 공기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병실에서 나오는 휴지 등 폐기물을 수거해 폐기 차량에 전달하는 일도 고 차장의 몫. 고 차장은 “방호복을 입으면 찜통에 들어간 기분이다. 한 번 일을 끝내고 병동을 나올 때마다 탈진 상태가 된다”며 “최근에는 공기압 이상이 생기는 악몽까지 꾸고 있다”고 전했다.
남들은 꺼리는 음압병실 청소를 자원한 직원도 있다. 권오찬 시설관리팀 차장(53)과 고객지원실 장우태 씨(25)는 지난달 26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면 메르스 환자들이 격리돼 있는 음압병실로 가서 쓰레기를 치우고 시설물을 세척하고 있다. 청소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방호복 안은 온통 땀으로 뒤범벅돼 격리병동을 나올 때면 그야말로 기진맥진하기 일쑤다. 장 씨는 “온몸에 땀이 차 가렵기도 하거니와 지칠 때도 많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 자원했다”고 전했다.
최재필 감염내과 과장(42)은 “의료진이 따듯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영양팀 직원, 병실 내 시설 안전을 책임져 주는 시설관리과 직원 등 감사드려야 할 분이 많다”며 “이분들 덕에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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