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갔던 메르스 공무원 “속죄의 봉사하겠다”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대구 첫 환자 10일만에 26일 퇴원
“불감증 비난에 참담… 너무 송구”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구의 첫 메르스 확진환자(154번)인 공무원 A 씨(52)는 25일 오후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그는 이날 4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전담 병원인 경북대병원은 A 씨가 완치된 것으로 판단했다. 특별한 증세가 없는 한 그는 26일 퇴원한다.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0일 만이다.

A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무조건 이겨내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그런데 얼마 뒤 (나에 대한) 여론을 확인하고서 참담했다”고 털어놨다.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 예방에 앞장서야 할 공무원이 증세가 나타난 이후에도 일상생활을 이어간 것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왔음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주말 여행도 다녀왔다. 또 오한 증세가 있는데도 집 근처 목욕탕을 이용했다. 이로 인해 A 씨 동료 등 500여 명에게 자가 격리 등의 조치가 내려졌고 그가 일하던 구청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음압 병실에서 한동안 외부와 단절됐던 그는 얼마 전에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시민들과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정이 어찌 됐든 무조건 내가 잘못한 일이다.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괴롭고 송구할 따름이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나로 인해 아내와 자식들까지 말로 표현하지 못할 피해를 입고 있다. 가족들 볼 면목도 없다”며 결국 통곡했다.

‘왜 감염을 의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삼성서울병원에 함께 간 노모는 음성이었다. 큰누나가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나는 잠복기(14일)가 지나도 증상이 없어 괜찮다고 믿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호자로 내 이름을 분명히 등록하고 어머니를 입·퇴원도 시켰는데 왜 자가 격리 대상에서 빠졌는지 정말 의아하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사회에 봉사하고 잘못한 부분을 깊이 반성하며 부족한 나 자신을 채워가겠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퇴원한 뒤 당분간 자신의 집에서 격리돼 생활할 예정이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메르스#목욕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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