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과거 유행성 질병에 비해 더 정치적인 이슈로 바라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드러난 메르스 연관 검색어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5월 20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조사했고, 비교 대상으로 2009년 4~9월 신종플루 확산 당시 블로그 글을 분석했다.
연관 인물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메르스와 관련해 SNS상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14만1439건)이었다. 신종플루 당시 보건담당자인 박승철 전 국가신종인플루엔자위원장(255건)이 1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2위는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11만9493건. 박 시장이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 여부를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이재명 성남시장(3만8726건), 황교안 총리(2만7414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0위 이내 인물 중 8명이 정치 연관 인물이었다. 신종플루 당시에는 5위를 차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 관련 인물이 10위 안에 4명(이명박 전 대통령, 오바마 미국 대통령, 권양숙 여사)이었다.
일반 단어 검색에서도 신종플루 때와 차이가 있었다. 신종플루 유행 당시에는 예방(1만3078건·1위), 백신(1만624건·2위) 등의 단어가 다수 검색된 것과 달리 메르스는 환자(56만5683건), 정부(30만6430건)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메르스 확진자 발생 병원 공개 발표 전에 이미 SNS를 통해 관련 정보가 유통된 것도 이번 사태의 특징이다. 실제로 5월 31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진 환자가 있었다는 발표를 하기에 앞서 28일 SNS상에서는 ‘당분간 여의도 병원에 가지 마세요’라는 글이 퍼졌다. 연구를 주도한 유 교수는 “시민들이 먼저 SNS에 사실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이를 루머로 만들어버린 꼴”이라며 “메르스 사태 때 보여준 정부의 불통 모습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정치인을 시민들이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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