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발생 50일…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 감염 0’ 비결은
2014년 에볼라사태 이후 TF 구성… 실전같은 보호복 착·탈의 훈련
땀닦거나 얼굴만지는 실수 차단… 의료계 “전세계 병원서 드문 일”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지 50일이 되도록 한 명의 의료진도 감염되지 않은 병원이 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40명의 환자를 치료해 온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수십 명의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진 감염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건 국제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한국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도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의료진이 7명이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진 무감염이라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무감염 비결을 알아봤다. 》
“작지만 중요한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이 50일 동안 작은 기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 같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관리실 의료진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자가 나온 5월 20일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환자를 돌보고도 ‘의료진 감염 0명’을 기록한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현재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 35명 중 18명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치료받은 환자는 40명(사망자 5명 포함)이다.
국내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에서 보호 수준이 높은 ‘레벨D 보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도 5명이나 메르스에 걸렸지만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감염 의료진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한다.
○ 두 달에 한 번 보호복 탈의 훈련
국립중앙의료원이 의료진 감염 0명을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보호복 탈의 훈련’. 지난해 8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하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환자 발생과 의료진 감염이 이어지자 병원 측은 감염관리실 주도로 전 의료진에 대한 보호복 탈의 훈련 계획을 마련했다.
일반 의료진은 연 2회, 감염 관련 의료진은 연 6회 정도의 보호복 탈의 훈련을 받도록 한 것. 현재 메르스 환자 치료에 투입된 50여 명의 의료진은 투입 전 이미 4, 5회의 훈련을 받았다. 훈련 과정도 철저했다. 훈련 대상자는 감염관리실 의료진과 일대일로 지도를 받았다. 또 탈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실수가 나오면 문제점을 지적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김가연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의사)은 “보호복을 벗을 때 자신도 모르게 땀을 닦거나 얼굴이나 팔을 만지는 게 위험하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며 “훈련 때 이런 행위가 나타나면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해준 뒤 수차례 반복 훈련했다”고 말했다.
○ 탈의 20분 이상 원칙 준수
‘20분 이상 원칙’도 이런 결과를 가져온 또 다른 요인이다.
숙달된 의료진이 보호복을 벗을 때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은 메르스 사태 뒤 보호복을 벗는 데 20분 이상 투자하자는 자체 원칙을 정했다. 그만큼 천천히 보호복을 벗고, 소독을 하는 것이다.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로 10년 이상 활동했고 지난해 10월 에볼라 의심 환자를 담당한 바 있는 장윤영 간호사는 “보호복 탈의 때 우선 마음속으로 핵심 안전수칙을 외운 뒤 최대한 조심스럽게 천천히 벗도록 했다”며 “이렇게 하다 보니 보호복 탈의에 20∼30분은 걸렸지만 그만큼 감염 확률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사태 초기 메르스 환자의 기도삽관 및 기계호흡 치료(인공호흡기를 목구멍 쪽으로 집어넣어 호흡을 도와주는 시술)를 위해 투입됐던 한 의사는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춰진 공간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의료진이 천천히 보호복을 탈의하는 것을 보며 정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된 뒤 의료진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조치를 정리한 ‘실무대응지침서’를 개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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