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69일만에 사실상 종식 선언]
첫 확진 2주 지나 컨트롤타워 마련… “세월호 닮은꼴” 지지율 30%대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부터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28일까지 지난 69일 동안 박근혜 정부는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다. ‘상황 판단 미스(실수)’와 ‘초기 대응 실패’, ‘컨트롤타워 부재’ 등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이었다. 박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은 또다시 낙제점을 받아야 했다.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에 이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로 국정 지지율은 30%대로 고착화됐다.
정부의 초기 대처는 혼선과 뒷북 대응의 연속이었다. 국내 최초 환자는 확진 판정 때까지 열흘 동안 격리 조치 없이 방치됐다. 메르스 의심환자는 스스로 보건소에 자신의 상태를 알렸지만 보건소는 보건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보건 당국의 격리 관찰을 받아야 할 의심환자가 출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역체계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메르스 자체보다 정부의 미숙한 대처가 공포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정부의 온갖 낙관적 예측이 무너지면서 정부의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월 29일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않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다짐했음에도 3차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정부의 호언장담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정부는 “메르스가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이 떨어진다”며 불안감을 잠재우려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력이 높았던 것.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온갖 괴담이 넘쳐났다.
국내 첫 확진환자 발생 뒤 엿새 만에 문 장관에게서 최초 대면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다시 엿새 뒤 처음으로 메르스를 언급하며 “국가적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 건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월 3일이었다. 정부의 ‘비밀주의’가 뭇매를 맞자 정부는 같은 달 7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과 경유한 병원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도 이름과 지역이 일부 잘못 나가 망신을 샀다. ‘메르스 휴업’을 두고도 교육부와 복지부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미국 방문 일정(6월 14∼19일)까지 연기한 박 대통령은 병원과 시장 등을 찾아 ‘메르스 행보’에 나섰다. 국민을 안심시켜 급격한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유체이탈 화법’ 논란과 함께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직접 사과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아직까지 사과나 문책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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