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양성 재판정을 받은 80번 환자(35)가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병원 측의 안이한 대응으로 감염 전파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메르스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던 이 환자는 11일 새벽 고열 증상이 나타나자 119 구급차를 불러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구급대원에게는 자신이 메르스 감염으로 치료받고 퇴원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병원에 도착해서야 이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렸다. 병원 측은 이 환자의 말과 삼성서울병원 도착 후 감염병 선별 진료소의 환자 등록시스템을 통해서 이 환자가 실제 메르스 감염으로 치료를 받은 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발열 등 감염별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도착 즉시 선별진료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차 진료를 맡은 응급실 의료진은 이 환자의 메르스 감염 전력을 알았지만 메르스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D레벨의 보호장구가 아닌 N-95 등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료를 했다. 병원 측은 “메르스 음성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였고 발열 이외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원래 앓고 있던 암 때문에 열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이 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응급실로 이송한 후에도 같은 상태로 치료했다.
하지만 20여 분 후 전문의가 진료를 맡으면서 N-95 대신 D레벨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변경했다. 이 전문의가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한 점 등을 고려해 환자에 대한 격리 조치와 의료진의 D레벨 보호장구 착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 이후 이 환자는 응급실에서 격리병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병원 도착 후 D레벨 보호장구 착용과 격리병실 이송 때까지 걸린 20∼30여 분에 병원 의료진과 응급실에 있던 다른 환자와 환자 보호자 등 30여 명이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 대상이 됐다. 병원 측이 1차 진료에서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줄일 수 있는 감염 우려 대상자들이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들과 환자 가족 등 80번 환자로 인한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 대상자는 129명(12일 기준)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80번 환자는 국제기준에 맞춰 음성 판정이 났고,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세밀한 시스템과 의료진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감염병 전력이 있는 환자라면 자신의 상태를 먼저 고지해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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