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수혈용 혈액 재고 바닥…장기 기증자도 감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8일 16시 09분


수혈용 혈액 재고가 바닥나고, 장기기증자가 줄어드는 등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날 현재 혈액 확보량은 O형 1.9일, A형 1.8일, B형 3.3일, AB형 2.3일 등 평균 2.3일 치로, 적정 재고량인 일평균 5일 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은 중환자가 많아 5일 치 정도 혈액을 재고를 미리 비축하지만, 이마저도 4일 치 정도로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혈액부족 사태는 메르스 여파가 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매해 겨울철은 혈액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메르스 사태 때문에 병원을 가는 것을 꺼리던 환자들이 겨울철로 수술을 미루면서 혈액수요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혈액부족이 심각해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말라리아 유행지역(경기 파주·김포시, 인천 강화·옹진군, 강원 철원 등)에서 3월까지 한시적으로 헌혈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평상시 이들 지역에서 하루 이상 거주한 사람은 헌혈이 제한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지역에서 받은 혈액은 말라리아균이 사멸하는 14일 동안 냉장보관 후 철저한 검사를 거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겨울철에는 모기가 거의 없어 말라리아 발병 가능성이 적어 문제가 없다고도 밝혔다.

이들 지역은 특히 군부대가 많이 위치하고 있어서, 군인들의 단체헌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군인은 헌혈 참여도가 높아 혈액부족 사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올해 7일까지 직업별 헌혈자수를 보면, 군인이 1만2171명으로 회사원(8243명)과 공무원(950명), 자영업자(886명), 종교인(74명)을 합친 수보다 많았다.

한편 메르스 사태는 장기기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장기 기증 희망자는 2014년 10만8899명에서 지난해 8만8545명으로 18.7%(2만354명)나 감소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대규모 집회나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야외에서 장기기증운동 캠페인을 벌이지 못한 점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임현석 기자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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