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심 아랍女 새벽 탈출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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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20대 여성이 13일 새벽 진료 도중 병원을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여성은 약 4시간 만에 인근 호텔에서 발견돼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보건 당국과 국민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8일 입국한 UAE 여성 A 씨(22)는 13일 오전 1시 30분경 고열, 기침, 인후통 증상을 보여 자매 2명과 함께 숙소 근처인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메르스 이후 응급실 시스템을 정비한 병원 측은 치료 공간과 분리된 예비진료실에서 A 씨를 진찰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신고한 뒤 A 씨에게 격리 치료를 권고했다.

하지만 A 씨는 격리 조치를 극도로 꺼리면서 타고 온 차량에 올라탔다. 응급의학과 B 교수가 방역복을 입고 차로 접근해 격리 치료를 받도록 재차 설득했다. 설득하는 동안 병원 측은 매뉴얼대로 응급실 외부에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음압시설(병실 내 공기를 외부로 빼 별도로 보관하는 장치)이 장착된 텐트 병실을 설치했다. 의료진은 결국 A 씨를 구급차로 옮겨 격리하다 음압텐트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 씨는 오전 3시 32분 경호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음압텐트를 나와 차로 돌아가더니 이내 차를 몰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중동 문화상 신체 접촉을 극도로 주의해야 했고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어 강압적으로 제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보건 당국은 경찰과 공조해 4시간가량 수색한 끝에 오전 7시 20분경 A 씨가 머물던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태연하게 잠자던 A 씨와 일행을 찾아냈다. 보건 당국은 UAE 대사관 관계자를 대동해 A 씨를 설득한 끝에 오전 9시 40분경 국립중앙의료원 격리 병상으로 옮길 수 있었다. A 씨는 곧바로 유전자 검사(PCR)를 받았고 오후 5시경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양성이었으면 해당 병원, 호텔을 비롯해 A 씨가 다녀간 장소를 역추적해 수백 명을 격리해야 했는데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1차 검사 후 48시간이 지나서 2차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 씨의 상황은 지난해 메르스 이후 달라진 국내 방역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강북삼성병원은 응급실 예비진료실을 설치해 A 씨와 기존 환자의 접촉을 막았다. 병원 측은 A 씨와 접촉했던 예비진료실 간호사 1명과 행정직원 2명만 격리했다. 병원을 탈출한 A 씨를 찾은 지 1시간 만에 의심환자 발생과 경유 병원을 발표하는 등 정보 공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스 의심신고는 올해만 301건에 이르고, 이 중 의심환자로 분류된 77건은 모두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외국인 의심환자도 12명이나 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감염병 컨트롤타워 격인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14일 입법예고하고 6월 30일부터 시행한다.

유근형 noel@donga.com·임현석 기자
#메르스#의심#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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