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메르스 1주년 국민 감염병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만큼이나 지카바이러스 공포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카바이러스는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감염병을 3개 꼽아 달라’는 질문에서 메르스(63%·315건)에 이어 2위(61%·305건)에 올랐다. 특히 남성은 메르스(58.8%)보다 지카바이러스(67.8%)를 더 두려워했다.
○ SNS 불확실 정보, 과도한 두려움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신뢰하는 사람일수록 지카바이러스를 크게 두려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SNS를 가장 신뢰하는 사람의 66.5%(중복 응답)는 감염병 중 지카바이러스가 가장 두렵다고 답한 반면에 신문을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이같이 답한 비율은 55%에 머물렀다. SNS에 떠돌아다니는 불확실한 감염병 정보가 과도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소두증 우려가 있지만 발생국을 방문하지 않는 한 안전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치명률, 전파력, 국내 유행 가능성, 질환의 중증도 등을 고려할 때 보건당국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감염병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차의과대 대외협력실장)은 “지카에 과도한 공포를 가지면 정부가 정작 대응해야 할 신종 감염병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국내 토착화 우려가 높은 뎅기열 방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염병을 두려워하면서도 메르스 확산의 실질적 요인으로 분석됐던 응급실 이용과 환자 방문 등 병원 문화와 관련된 행동양식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분별한 의료쇼핑, 병문안은 여전
동아일보는 메르스 사태 이전과 현재의 병원 이용 양식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 결과 ‘고열로는 응급실에 가지 않는다’고 한 응답자는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44.2%였지만, 현재는 38.6%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메르스를 겪은 이후 오히려 상대적으로 응급실을 더 많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쇼핑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권했을 때 3차 병원을 이용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 권고가 있을 때만 서울의 대학병원을 이용한다는 답변은 메르스 이전 60.4%에서 약간 줄어든 58.4%로 나타났다.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메르스 사태 직후 잠깐 좋아지는 듯했지만 병원으로 환자를 직접 방문하는 관행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입원한 사람이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닌 일주일 이내에 퇴원이 가능한 경우에도 병문안을 가겠다고 답한 비율은 44.1%로 역시 메르스 이전(46.4%)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정부가 더 강력하게 의료 시스템 이용 가이드라인을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때 마스크 쓰기, 기침할 때 입 가리기, 개인물품 사용하기 등 필요한 위생수칙은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8.5%가 병문안을 갈 때 면회 시간을 미리 체크한다고 밝힌 것도 좋아진 대목이다. 응답자의 53.4%는 호흡기 질환에 심하게 걸리면 전파를 우려해 직장에 가지 않거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보건당국, 아직 신뢰 못 얻어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 방역체계 개편 작업이 강력하게 추진됐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정부의 방역 준비태세에 4.2점(10점 만점)을 줬다. 메르스 당시(3.8점)보다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찬석 한국PR학회장(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전문가 관점에서는 방역 태세가 상당히 강화됐고, 정보 공개도 빠르게 이뤄지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변화의 내용이 다소 거시적이었던 측면이 있다”며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행동으로는 행하지 않는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