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A 씨(61)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설사를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해 검역대를 통과했다. 공항으로 A 씨를 마중 나온 부인 B 씨(55)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다른 차를 타고 따로 병원으로 갔다. 이 때문에 A 씨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에 부인 B 씨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남편은 메르스에 걸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억울해했다. 밀접접촉자로 집에 격리돼 있는 B 씨와의 인터뷰는 11, 12일 이틀에 걸쳐 4시간 동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여러 쟁점에 대해 B 씨는 보건당국 발표와는 다른 진술을 해 부실 역학조사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① 왜 부인만 마스크를 썼나
9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A 씨가) 아내분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A 씨의 지인인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부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A 씨가 메르스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자 보건당국 간 혼선이 시작된 지점이다.
하지만 B 씨는 “(남편이) 마스크를 쓰고 나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2년 전 폐렴을 앓은 뒤 면역력이 약해져 공항이나 여행을 갈 때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② 왜 따로따로 병원에 갔나
A 씨가 부인이 몰고 온 차량 대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간 점은 가장 의아한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몸이 불편해 누울 수 있는 넓은 리무진 밴 형의 택시를 불렀고, 지인 의사의 권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씨는 “남편 귀국 전에 ‘공항에 나가겠다’고 문자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 내가 차를 가지고 간 것을 남편이 알지 못했을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미리 예약했는지 (남편을) 만난 지 5분 만에 택시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을 먼 주차장까지 데리고 가 제 차에 태우기보다 택시를 타는 게 빠르고 편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일부러 두 사람이 따로따로 병원에 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동아일보 취재 결과 A 씨가 탑승한 택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밴 형이 아닌 기아자동차의 K9 택시였다. 보건당국의 발표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③ 메르스 감염, 전혀 의심하지 않았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환자 본인은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2번 갔다고 하는데, 비행시간이 10시간인데 어떻게 2번만 갔겠느냐. 이분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A 씨의 ‘거짓말 논란’은 확산됐다.
이에 B 씨는 “남편이 메르스라고 인지했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거나 최소한 마스크는 착용하고 왔을 것”이라며 “메르스의 전형적인 증상인 기침이나 열이 없었고 쿠웨이트의 다른 사람들도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아 본인이 메르스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했다.
④ 그렇다면 왜 진료 사실 숨겼나
A 씨는 공항 검역 당시 쿠웨이트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숨겼다면 향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B 씨는 “탈진 상태에서 뭘 숨기겠느냐. 빨리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마지막 문자메시지에서 “자가격리되신 분들께 죄송하다. 힘내시고 잘 견디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온 국민과 관계자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1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와 접촉한 456명(밀접 21명, 일상 435명) 중 11명이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였으나 10명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고, 1명은 추가 검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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