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공식 인정한 지 5년 만에 어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국조 계획서가 그제 국회 본회의 재석의원 250명 만장일치로 통과됨에 따라 국조특위는 90일간 청문회와 현장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피해자 구제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시민단체가 집계한 살균제 피해자는 6월 말 현재 3698명, 이 중 사망자가 701명이다. 세월호 사망·실종자 304명의 2배가 넘고 사망자 상당수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유아들이다. 2011년 살균제 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뒤 올 5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신현우 전 옥시 대표를 구속 기소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지금에야 국정조사가 시작된 것은 억울하고 한스러울 정도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피해자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부터 국가기술표준원까지 망라된 조사 대상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빠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피해자들이 여러 차례 살균제 업체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꿈쩍하지 않았다. 올 1월에야 특별수사팀을 늑장 구성한 검찰의 수사 회피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면 ‘반쪽 국정조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조특위는 카펫 소독제로 쓰이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같은 유해물질이 살균제에 버젓이 들어간 과정을 파헤쳐야 한다.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 관리를 나눠 맡아 사각지대가 생긴 것도 ‘정부의 시스템 실패’다. ‘피해자를 왜 만나느냐’고 말한 윤성규 환경부 장관처럼 허술한 법 뒤에 숨어 내 일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공무원들을 청문회에 세워야 제2의 옥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19대 국회는 세월호와 해외자원 개발 등을 다루는 국정조사를 7번 실시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해 결과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2번에 불과했다. 살균제 국조도 여야가 정권 책임을 따지기 시작하면 파행이 빚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살균제 피해는 더민주당 집권 시절부터 시작된 사안”이라고 말했지만 현 정부든 과거 정부든 구분할 이유가 없다. 20대 국회는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을 묻는 국조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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