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출시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를 맡았던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48·사진)을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리 전 대표는 유해성 검증을 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계속 판매하고 유통해 사람들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올해 1월 특별수사팀을 꾸려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벌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한 검찰의 ‘1라운드 수사’가 약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검찰은 2005년 6월부터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리 전 대표가 호흡기 질환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잇따라 제기돼 안전성 검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제품이 그대로 팔려 나가도록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납품한 H화학 정모 대표(72)와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제공한 C유통업체 대표 이모 씨(54)도 같은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리 전 대표는 제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제품 용기 겉면에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등의 문구를 사용해 허위·과장 광고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이 광고가 소비자를 속인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리 전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사기 피해액은 32억1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은 이후 5년 만에 제조업체와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아쉬움도 일부 남는다. 사망자만 100명이 넘는 옥시 제품의 유통 책임 핵심인 리 전 대표의 구속이 좌절됐고 해외에 거주하는 옥시 전 외국인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하지 못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특별수사팀이 정부 역할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2라운드 수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가 최초로 제조된 1996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 실무진 등을 조사해 과실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또 유해 화학물질 관리 실태와 법·제도의 허점을 짚어 개선 방향을 찾도록 충실히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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