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2개 제품 슬그머니 수거 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가습기살균제 성분 방향제-탈취제, 위해성 낮다더니…
7월 중순 조치하고도 2주일 지나서야 제품이름 공개… 일반 액체형은 이번에도 빠져

환경부가 뒤늦게 수거했다고 공개한 케이피코리아의 ‘컨센서스 섬유탈취제’(왼쪽)와 산도깨비의 스프레이형 방향제인 ‘에티켓’.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뒤늦게 수거했다고 공개한 케이피코리아의 ‘컨센서스 섬유탈취제’(왼쪽)와 산도깨비의 스프레이형 방향제인 ‘에티켓’.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방향제와 독성물질이 포함된 탈취제 명단을 기업에만 알리고 시민들은 모르게 퇴출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제품은 지난달 환경부가 공개적으로 “위해성이 나타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힌 제품이었다. 정부는 기업이 이를 처분할 때까지 행정조치 사실을 함구하고 있다가 뒤늦게 제품명을 소비자에게 공개했다(본보 7월 14일자 A12면 참조).

환경부는 1일 스프레이형 58개 생활화학제품(방향제 20개, 탈취제 26개, 코팅제 12개)을 대상으로 한 위해성 평가 결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에틸렌글리콜의 함량 제한 기준(안)을 초과한 2개 제품에 대해 수거하도록 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케이피코리아의 ‘컨센서스 섬유탈취제’ △산도깨비의 ‘에티켓’(스프레이형 차량용 방향제)이다.

환경부는 해당 제품에 호흡기 위해 물질이 포함됐다는 위해성 평가 결과를 5월에 이미 산하기관에서 받고도 “위해성이 급박하게 나타날 정도는 아니다”라며 방치하다가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수거에 나섰다.

그러나 환경부는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해당 제조사에 문제 제품 수거 권고를 지난달 19일에 내리고도 제품명과 기업명을 즉시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해당 기업이 10일 이내에 권고를 수락할지 여부와 조치 계획 등을 알려야 그때 제품명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소비자만 문제의 제품을 알 수 없었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계속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에도 소비자의 건강보다 기업을 우선하는 행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도깨비는 지난해 1월부터 스프레이형 제품에 MIT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케이피코리아도 매장에서 문제 제품을 수거했다고 환경부에 알렸다.

한편 일반 액체형 방향제로 MIT 농도가 기준치(안)를 3배 이상 초과한 제품은 이번 수거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환경부#가습기#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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