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피해자들은 5년을 기다렸지만 가해 기업은 끝까지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기업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또다시 도마에 오른 반면에 여야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가해 기업을 압박하고 피해기금 마련 대책을 앞당긴 성과도 있었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연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 5년 만에 국회가 전면에 나서 가해 기업을 청문회 증인석에 세워 많은 관심이 쏠렸다.
청문회를 통해 옥시 영국 본사 차원에서 독성실험 보고서를 은폐하고 사태에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원식 특위 위원장은 영국 본사가 작성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제품안전보건자료를 통해 옥시가 이미 2004년에 호흡계통 자극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고 2011년 이후에도 위해성 조사보고서를 은폐한 정황도 확인했다.
옥시에 이어 지난달 30일 청문회 이틀째에는 핵심 증인인 SK케미칼에 대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공급하면서도 독성을 몰랐다는 것은 확인 의무를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SK케미칼 김철 대표가 참사 책임과 향후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현장에서 “성실하게 답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여야 특위 위원들의 압박이 이어지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들은 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출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금을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SK케미칼 측은 “국회나 정부가 틀을 마련해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애경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번 청문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성명을 내고 “살인 기업인 옥시와 SK케미칼의 핵심 증인이 불참하고 불성실하게 답변한 점은 유감스럽다”고 밝히면서 한계를 지적했다.
한편 청문회 일정은 끝났지만 가습기 살균제 국조특위는 2일 정부 기관을 상대로 보고를 들을 예정이다. 우 위원장은 “19일 옥시의 영국 본사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특위는 8월에도 본사 방문 계획을 세웠으나 옥시가 영국 정부와의 협의를 이유로 들어 협조하지 않았다. 이에 우 의원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9일 청문회 중에 “영국 정부가 국회 조사를 반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옥시를 압박하는 한편으로 추가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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