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이어 AI 급속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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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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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오리 고병원성 확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전남 영암군의 오리농가가 전염성이 높은 고병원성(H5N1) AI 확진 판정을 받았고 6일에는 전남 나주시에서만 3건의 의심신고가 무더기로 접수됐다. 7일 오후에는 충남 아산시와 전남지역 5곳에서도 추가로 AI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구제역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AI마저 창궐 기세를 보여 방역당국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7일 “5일 접수된 영암군 시종면 오리농가의 AI 의심신고를 정밀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국의 가금류 AI 발생 지역은 충남 천안시, 전북 익산시, 전남 영암군 등 세 곳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최근 들어 전남 등 여러 지역에서 AI 의심신고가 폭증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오리의 AI 잠복기가 짧게는 1주에서 길게는 3주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전남 지역에 AI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5일에는 영암을 포함해 구례군, 함평군 등 전남지역 3곳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6일에는 영암, 나주 3곳 등 전남지역 오리농가 4곳에서 AI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영암을 제외한 전남 지역의 고병원성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만간 더 많은 AI 의심신고가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단 발생 지역 인근에 50여 개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의심신고가 들어온 농장 반경 10km 내 닭, 오리를 예방적으로 도살처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7일 산란닭 5만3000마리를 키우는 아산시 음봉면의 농장에서도 AI 의심신고가 들어와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닭은 오리보다 AI 바이러스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이다.
▼ 닭-오리 30만마리 매몰… “소독약 품귀” 아우성 ▼

아산지역 농장 닭들은 최근 활력 저하와 집단 폐사 증상을 보였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 농장이 1차 AI 발생 농장인 천안 농장에서 13.8km 거리로 멀지 않은 만큼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AI까지 터지면서 축산농가의 주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7일 현재까지 매몰 처리된 닭, 오리의 수는 전국 12개 농장에서 30만 마리에 육박한다. 발생 농가는 물론 인근 농가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AI가 발생한 영암 오리농가에서 5km 떨어진 나주시 반남면의 오리농장주 조규호 씨(66)는 “AI가 터졌다는 소식에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오리 2만1000마리를 사서 키우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전남지역에 소독약 부족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방역당국은 가금류 농가들에 매일 최소 1번 이상 농장 안팎을 샅샅이 소독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전국 시군에는 “소독 조치가 미흡한 닭, 오리 도축장에는 과태료를 부과해서라도 소독을 하게 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그러나 조 씨는 “소독용 생석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물량이 달려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지 축산 관계자는 “영암과 나주 일대에 전남지역 가금농가의 3분의 1이 몰려 있어 소독약 품귀 현상이 특히 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오리농장에서만 AI 신고가 들어오고 있지만 닭에서 발병할 경우 대규모 집단폐사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군부대의 제독차량까지 동원해 14개 시도 41개 주요 철새 도래지를 소독했다. AI 확산의 주원인이 철새들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7일 전북 익산시 만경강 일대에서 첫 야생조류 AI가 확인된 이후 6일까지 10곳에서 야생조류 AI 감염이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아무리 농가별 방역을 잘해도 야생조류가 전국을 날아다니며 분변을 뿌리면 전국이 AI 감염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며 “특히 닭, 오리 사육농가가 많은 서해안 지역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10일부터 전남 일대에 산림항공기를 이용한 공중방제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구제역도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농식품부는 전날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 5건 가운데 강원 강릉시, 경기 화성시 안성시, 인천 계양구 등 4건의 신고가 양성으로 판명 났다고 7일 밝혔다. 이날은 경기 평택시, 용인시, 안성시 및 강원 강릉시, 경북 포항시 등에서 7건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

7일 오전 8시 현재 구제역에 따른 도살처분 규모는 107만5015마리에 이른다. 도살처분 가축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매몰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이날 산림청은 국유림을 매몰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매몰지 인근 지하수 오염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구제역 등이 발생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매몰지 사용 요청이 들어오면 국유림 사용을 허가하거나 대부 계약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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