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날벼락 제주… 31년 혈통보존 재래닭도 매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8일 03시 00분


가금류 13만마리 최대규모 도살처분

제주 제주시 애월읍의 한 가금류 농장에서 흰색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도살 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사진공동취재단
제주 제주시 애월읍의 한 가금류 농장에서 흰색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도살 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사진공동취재단

7일 낮 12시 제주 제주시 노형동 제주도 축산진흥원 재래닭 사육장. 방역복을 입은 축산진흥원 직원 20여 명이 닭을 한 마리씩 잡더니 포대에 담았다. 이어 포대 안으로 가스를 주입했다. 4시간 동안 재래닭 572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죽은 닭은 매몰지에 묻혔다. 이 사육장은 AI 양성 반응이 나온 가금류 사육농가로부터 반경 3km에 포함돼 예외 없이 도살 처분 대상이 됐다. 1986년부터 이어온 제주도의 재래닭 혈통 보전 사업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덮쳐 제주가 울고 있다.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7일까지 제주에서 도살 처분이 이뤄진 오골계와 닭, 오리 등은 18개 농가 13만4000여 마리에 이른다. 제주 지역 전체 가금류(183만3700마리, 2016년 기준)의 7.3%다. 올 1월 AI가 전국을 휩쓸었을 때 제주의 야생 조류에게서 감염이 확인되기는 했지만 사육농가의 고병원성 AI 발병으로 도살 처분이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특수를 기대했던 농장에서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제주시 애월읍 닭 사육농장에서는 6일 하루 만에 5000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농장주 K 씨(45)는 “야생 조류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물망, 거울 등을 설치했고 AI 전염이 우려되는 지역은 가지도 않았다”며 “건강하게 키우고 있었는데 예방적 도살 처분 조치 탓에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했다. 토종닭 특구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마당에 풀어놓고 토종닭을 기르고 있는데 AI가 덮치면 장사를 접어야 한다”며 “벌써부터 닭고기를 꺼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과 조천읍에는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 443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가금류를 생포해 비닐에 담아 이산화탄소 가스로 도살 처분한 뒤 25t 탱크에 담아 폐사체를 처리했다. 침출수 등이 새어나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 2차 오염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양제윤 제주도 총무담당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긴장이 됐지만 AI 확산을 막기 위해서 기꺼이 나섰다”며 “더 이상 피해가 커지기 전에 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 불쏘시개’로 불리는 오리까지 감염되면서 AI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의심신고된 전북 익산의 한 오리농장에서는 폐사가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AI 의심신고가 계속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00마리 미만 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수매해 도축시키고 그 이상의 규모는 수매를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도축해 비축하기로 했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최혜령 기자
#제주#ai#도살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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