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임직원 5명에 e메일 조사 “기억 안나” “그런적 없다” 발뺌
연구직 2명 “독성실험서 나쁜 결과”
“한국어를 못해 라벨의 문구를 점검할 수 없었다.”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 관계자는 최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외국인 임원 A 씨가 보내온 e메일 답변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검찰이 2003∼2005년 옥시의 마케팅 담당 이사를 지낸 그에게 제품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발뺌한 것이다. A 씨는 현재 영국에 살고 있다.
옥시는 자사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 싹싹 NEW 가습기당번’에 2004년 1월부터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라벨을 붙여 마케팅에 나섰다. 2005년 12월에는 옥시 연구소가 해당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했다. A 씨는 e메일에서 문구를 계속 사용한 이유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고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사망자 중 95%는 5세 이하 영유아와 20, 30대 아이 엄마였다.
특별수사팀은 최근 거라브 제인 전 대표(47)와 A 씨 등 옥시의 전현직 외국인 임직원 5명에게 e메일을 통한 서면조사를 했다고 28일 밝혔다. 흡입독성실험 결과를 은닉한 이유 등을 묻는 검찰에 이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무책임한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제인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실험 결과를 은닉한 이유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대와 호서대 교수에게 별도의 자문료를 지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실험과 별도로 자문할 필요가 있었다”고 답했다.
제인 전 대표는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옥시의 경영을 맡았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폐 및 조작하는 대가로 교수에게 자문료 명목의 뒷돈을 건네도록 한 장본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 가운데 연구개발(R&D) 담당 직원 2명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뒤 옥시가 미국과 인도 연구소에 의뢰한 추가 독성실험에서 ‘나쁜 결과’가 나온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를 포함한 일부 답변을 통해 제인 전 대표의 혐의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1차 답변 분석을 마친 뒤 2차 서면질의를 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