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만든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를 공급하거나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애경산업·SK케미칼 임직원들의 기피신청으로 재판부가 바뀐 뒤 처음 진행된 공판에서 재판부가 “사회적 참사가 일어난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바탕에 깔린 상태에서 공방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에 대한 14회 공판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공판절차 갱신 절차를 거친 뒤 당부의 말을 건넸다. 유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피해 측면에서 사회적 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결과가 일어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책임을 어느 정도 질 것인지는 형사법적 엄격한 증명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은 피고인들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의 억울한 사정들 이야기하실 기회는 충분히 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만 주의할 점은 이 재판에서 마치 지나치게 법기술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국민들이 눈살을 지푸릴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사회적 참사가 일어난 것이고, 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바탕에 깔린 상태에서 법리적·사실적 공방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재판 시작에 앞서 이 같이 당부의 말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법정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일부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늦어도 내년 4,5월까지는 재판을 끝낼 예정이라고도 했다.
앞서 안 전 대표 등 6명은 정계선 부장판사의 남편 황필규 변호사가 현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비상임위원인 점을 지적하며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이에 법원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를 비롯한 13명의 재판부를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에서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로 변경했다.
안 전 대표와 홍 전 대표 등은 CMIT·MIT를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994년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할 당시의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등 각종 자료를 입수해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이 2002~2011년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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