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늑장 대처’해놓고 환경부 탓만 하는 공정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17일 08시 05분


코멘트

피해자 "처리 시한 2016년 10월1일인데
공정위, 소송 질 것 알고도 면피용 처분"
이에 공정위는 "환경부 판단 늦어" 핑계
"판단 늦지 않았다" 환경부와 말 엇갈려
"말 엇갈리는 이유 몰라" 이상한 해명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처분 가능 시한이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면피’용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환경부 탓을 하며 석연찮은 해명만 내놓고 있다.

이은영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너나우리’ 대표와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공정위 내부 전산망 ‘사건 처리 3.0’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처분 시효가 지난 2016년 10월1일로 기록돼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처분 시한이 2016년까지임을 인지하고도 증거를 적극적으로 확보하지 않고 미룬 채 가해 기업들을 무혐의 처분했다가 (시한이 지난) 2018년이 돼서야 과징금을 부과했다”면서 “공정위는 처분 시한이 지난 점이 문제가 돼 소송에서 질 것을 알고도 면피용으로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해 기업들을 총 세 번 조사했다. 1차 조사에서는 무혐의 처분(2012년 3월)했고 2차 조사에서는 아무런 처분 없이 심의 절차 종료를 의결(2016년 8월)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두 번째 조사에서 심의 절차를 종료할 때 처분 시효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고도 소홀히 처리해 가해 기업들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공정위는 2018년 2월 SK케미칼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직 대표를 고발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처분 시한이 지났다”며 SK케미칼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표의 이런 주장에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내 “2차 조사 당시에는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함유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조사하고 있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최종 확인되지 않아 당시에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공정위는 또 “(가습기 살균제 함유 성분의) 인체 위해성을 공식 인정한 환경부 입장 등을 고려해 지난 2018년 새롭게 사건을 처리했다”면서 “이는 2017년 (3차)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새 증거에 기초해 처분 시한이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은 다르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함유 성분의 인체 위해성을 지난 2015년부터 인정해왔다는 설명이다.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2017년 8~9월 공정위에서 가습기 살균제 함유 성분의 인체 위해성을 묻는 공문을 보냈기에 ‘환경부는 2015년부터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공정위가 해명자료에서 언급했던 ‘환경부의 추가 조사’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인체 위해성을 보강하기 위한 동물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인체 위해성은 지난 2015년 인정했으며 관련 과학적 근거를 더 얻기 위해 추가로 동물 실험을 시행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공정위와 환경부의 말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환경부의 말이 맞는다면 공정위는 지난 2016년 2차 조사에서 가해 기업들에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3차 조사 후 2018년 가해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하며 댔던 논리(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함유 성분의 인체 위해성을 공식 인정했다)도 사실이 아닌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와 왜 말이 엇갈리느냐. 처분 시한이 지나 소송에서 질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2차 조사) 당시 공정위에서 심사를 종료하기로 한 것이 팩트(Fact)라고 인식하고 있다. 환경부와 왜 말이 엇갈리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면서 “2016년(2차 조사)의 처분 시효가 그렇게 기재돼있는 것인지, 2018년(3차 조사)의 처분 시효가 그렇게 기재돼있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런 점은 해명자료를 내기 전에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지난 2016년(2차 조사) 사건 처리는 공정위 서울사무소 소비자과에서 담당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는 2018년(3차 조사) 사건부터 처리한 부서이기 때문에 (2차·3차 조사 중 어느 때의 처분 시효가 2016년 10월1일로 기재돼있는 것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