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은 커녕 원인도 모르고 파주시의 돼지 절반을 잃었습니다. 좀 잠잠해지는 듯 하더니…이러다 정말 돼지를 모두 살처분 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봐 두렵네요.”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지역인 경기 파주시에서 이틀에 걸쳐 10번째와 11번째 ASF 확진농장이 나오면서 돼지농가는 물론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 온 공무원들도 망연자실 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문산 등에서 의심신고도 잇따르면서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일 오전 10차 ASF가 발생한 파평면은 입구부터 통제를 강화했다. 차량을 세운 관계자에게 취재목적을 밝히자 “긴급 방역 중이기 때문에 언론사의 출입도 통제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현장 주변은 적막한 분위기 속에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와 취재를 온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차량만 오고갈 뿐 일반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살처분에 동원된 방역요원들이 분주하게 방역복을 갈아 입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방역을 하던 한 공무원은 “24시간 3교대로 정말 열심히 방역을 했는데 또 다시 확진 농가가 나와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파주시에서 시작됐던 만큼 빠르게 이 사태를 종식시키고 싶었는데…”라고 짧게 답하고 서둘러 초소로 돌아갔다.
또 다른 공무원은 “그동안 과장급들은 시청의 업무 때문에 초소근무에서 배제가 됐었는데 오늘부터 투입이 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원인이 오리무중인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적성면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최성진씨는 “잠복기를 기점을 두고 잠잠해 지는 듯 했는데 이날 확진소식을 듣고 농장주들이 망연자실 하고 있다”며 “어제와 오늘 돼지열병과의 싸움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지금 농장주들은 모두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져서 망연자실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문산읍의 이진수씨도 “정부의 매뉴얼 대로 뭐 하나 놓친 게 없는데 이 사태가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농장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화로 인한 공무원들의 업무공백뿐 아니라 방역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방역초소의 한 관계자는 “ASF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업무공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 따를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직원들의 피로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특히 방역 과정에서 차량에 흠집이 생기거나 부식 등 2차 피해로도 이어져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와 파주시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전날 오후 5시50분께 돼지 1마리가 폐사하고, 4마리가 식욕부진 증상을 보여 ASF 의심신고를 접수한 파평면 마산리 양돈농장의 폐사 돼지에 대해 ASF 확진 판정을 내렸다.
지난달 15일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국내 첫 ASF 확진농장이 나온지 보름만으로, 국내 기준으로는 지난달 27일 강화군 하점면 9차 ASF 확진농장 발생 후 닷새만이다.
또 이날 19마리 돼지를 사육하는 적성면의 돼지농가에 대해서도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파주시에서는 법원읍에서 1200마리 돼지를 사육하는 돼지농가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ASF 여파로 파주지역 91개 농가, 11만317마리 돼지 가운데 이미 4만마리가 넘게 살처분 됐다. 파주시가 10차 ASF 확진농가 반경 3km 이내 9개 농가를 포함해 총 1만7127마리를 살처분 하기로 하면서 파주시 돼지의 절반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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