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의 버스운전사…“주말 근무해도 연봉 4800만원”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15일 16시 07분


운행시간 새벽 4시~새벽 1시…배차간격에 ‘허둥지둥’
임금 대부분이 야간근무 등 수당…“주5일 근무 꿈꿔”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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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시 버스 노사가 파업 직전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서울 시내버스가 전국에서 가장 좋은 근무조건과 임금수준을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의 요구가 다소 과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사들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스트레스를 비롯해 고충이 많다고 토로한다. 서울 버스 기사들의 하루는 어떨까. 기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1인칭으로 재구성했다.

나는 서울의 한 시내버스 회사에서 근무하는 7년차, 4호봉 버스기사다. 2교대로 9시간씩 근무하는데 오늘은 새벽 4시 첫차부터 운행해야 돼 새벽 3시부터 준비하고 차고지로 향했다. 어제 일찍 잠들었지만 한여름에도 늘 컴컴한 시간부터 움직이려니 쉽게 잠이 깨지 않는다.

내가 운행하는 노선은 기점을 돌아 한번 왕복하는데 2시간30분쯤 걸리고, 하루 3번 왕복하는 스케줄이 보통이다.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한번 왕복한 뒤 다음 배차시간 전까지 다 마쳐야 한다. 밥은 허겁지겁 먹을 때가 많고, 화장실은 참을 수 있는데까지 참는게 일상이다. 운전 중에 화장실이 급해지면 곤란해 물도 많이 먹지 않는다.

일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승객들을 만나게 돼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도 오전반은 취객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다. 한 동료는 어느 겨울날 밤 버스에 오른 취객이 폭행을 가해 이유를 물었더니 “추운데 자꾸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반일 때 이런 취객을 만나고 새벽 1시반이 돼서야 차고지에 들어가면 녹초가 된다.

오전반이든 오후반이든 항상 많게는 수십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종일 운전을 한다는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 또 배차 간격이 정해져 있어 이를 최대한 지키려고 하지만 차가 많이 밀리면 지키기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끔 어쩔 수 없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무리하게 운전을 하기도 한다.

서울 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돼 지방 기사들에 비해 근무조건이나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하지만 우리도 어려움과 아쉬움이 많다. 우리는 한주는 5일 동안, 그 다음주는 6일 동안 근무를 하는 식으로 배정이 된다.

이렇게 평균적으로 따지면 주당 47.5시간을 근무하는데 내 연차의 연봉은 4800만원 정도다. 이 연봉이 전체 서울 기사의 평균에 가깝다고 한다. 적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 액수는 야간 수당, 무사고 수당 등 각종 수당을 다 챙겼을 때 가능한 금액이다.

우리는 기본급은 적고 야간 수당 등 각종 수당이 많은 구조인데, 이 계산법을 일반적인 ‘9 to 6’ 근무에 적용하면 내 연봉은 39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이 직업을 택한 이상 남들처럼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는 꿈도 꾸지 않는다. 다만 주말도 명절도 없이 일하는 날이 많고 휴일이 적어 다른 보통 직장처럼 주 5일 근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번에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 내가 찬성표를 던진 이유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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