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서비스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이번에는 수십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21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카카오 측에 수십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카카오는 한달간의 검토끝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외에 다른 택시업계 단체들과 함께 상생기금 조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규모는 수십억 수준이다.
그러나 먼저 손을 내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내부 사정”을 이유로 상생기금 조성을 계속 미뤄왔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주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협상을 통해 합의문까지 썼지만 택시업계 사정에 의해 발표가 미뤄졌다”면서 “카카오가 택시단체를 회유하려 했던 게 아니라 택시업계가 기금 출연을 먼저 제안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이와 정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민주택시노조연맹 측은 “카카오가 먼저 찾아봐 기금조성을 제안했다”면서 “카풀로 협상할 수 없어서, 이를 거부한 것”이라는 주장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카카오가 먼저 기금출연을 제안했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했는데 카풀에 매수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거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이처럼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은 여론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방전으로 해석된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퇴근길 교통대란을 이유로 “출퇴근 시간대 카풀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데다, 여론이 택시업계가 아닌 카풀 허용으로 모아지고 있는 탓에 택시업계 입장에선 먼저 나서서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택시기사 분신자살’로 여론이 뒤바뀔 것을 우려해 정식서비스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상황에서,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택시업계는 지난 20일 대규모 집회와 파업을 통해 “카풀서비스 협상은 없다”는 기존 원칙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양측의 갈등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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