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소통소홀, 北에만 정신…기사들 일어나라”
택시업계 “얼마나 죽어나가야”…靑에 항의서한 전달
서울 광화문에서 분신을 시도해 끝내 사망한 개인택시 운전기사 임모씨(65)의 유서가 공개됐다. 임씨는 생전 마지막 말로 카카오와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택시기사들의 강한 투쟁을 촉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노조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영업 척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천막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녹취록과 유서를 공개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임씨는 전날 분신에 앞서 다른 택시기사를 통해 녹취 파일을 농성장으로 전달했으며, 노트에 적은 짧은 글귀는 임씨의 집에서 발견됐다.
임씨는 녹취록을 통해 “소상공인 다 죽이고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다 망가졌다”면서 “60대 주축으로 이뤄진 택시기사들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 우리가 죽고 나면 대리기사들마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카카오 카풀’에 대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임씨는 “당신들의 돈줄인지 모르겠지만 카카오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살펴보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택시와 상생하자는 카카오는 지금 콜비도 받아 챙기고 대리기사들에게 건당 요금의 20%까지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을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는 지 궁금하다. 국민과 대화소통은 소홀히 하고 북한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면서 “나는 더 이상 당신들 밑에서 살기 싫다. 저 멀리서 지켜보겠다. 국민들을 다시 돌아보라. 하루아침에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마지막으로 “택시기사들이여 다 일어나라, 교통을 마비시키자”라고 남겼다.
임씨의 집에서 발견된 짧은 글귀에는 “1994년 카풀 입법 당시 도입취지는 고유가 시대에 유류사용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 자동차 함께타기 운동의 일환”이라며 “그것이 변질돼 공유경제, 4차 산업혁명이라며 내몰린 택시업계는 50, 60, 70대”라고 적혀있었다.
또한 “택시업계에 상생하자며 시작된 카카오앱, 택시가 단시간 내에 독점하여 영세한 택시 호출 시장을 도산시켰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는 임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한편 “얼마나 더 죽어나가야 이 정부는 귀를 열 것인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택시 4단체는 카카오 카풀 등 카풀 영업을 즉각 중단하고 택시업계의 현실을 직시해 불법 자가용 카풀을 금지시킬 것을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정부와 여야 정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수수방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대기업 카카오의 횡포에 휘둘려 택시 종사자의 생명줄을 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없는 택시종사자의 외침을 저버린 정부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제 3, 4의 최우기 열사가 나오지 않도록 직접 나서 전국 100만 택시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 비대위는 더 이상 정부와 여당에 카풀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기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택시 10대에 대표자와 실무자들이 나눠타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이들은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항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사망한 임씨의 장례는 ‘택시장’으로 7일장으로 하기로 가족과 협의됐다. 비대위는 택시업계가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임씨의 분향소를 차려질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