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카풀은 그렇다 쳐도 퇴근시간까지 포함시킨 것은 장기적으로 택시업계 침체로 이어질 것 같다.”
택시·카풀 업계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7일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과 ‘택시 월급제’를 골자로 한 합의안을 도출하자 현장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이러려고 합의했냐”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 김모씨(66)는 “정권 바뀌고 될 줄 알았지 문재인 대통령 집권 하에 될 줄 몰랐다”면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이번 조치로 택시 숫자도 줄어들 게 될 것 같다”면서 “일단 출퇴근 시간대 허가겠지만 오전 8시 59분 영업 시작이나 오후 7시 59분 영업 시작 등 편법 영업으로 택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택시기사 분향소에서 만난 이모씨(60) 역시 “분신한 사람만 안타깝게 됐다”면서 혀를 찼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택시기사 2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카풀 허용을 반대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나타낸 것이다. 이씨는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점점 영업 시간을 늘릴 것을 확신한다. 그때가면 (택시업은)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김태황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개인택시, 법인택시 모두 견해 차가 조금씩 있지만 타협을 위한 (택시기사들의) 양보”라고 합의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택시업계 안에서도 월급제와 사납금 제도를 가지고 이견이 많았는데 최대한 합리적으로 결정하려고 내부 논의도 많았다. 이제 개인, 법인, 노조 등의 이견 맞추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택시기사들의 시선은 ‘초고령 운전자’로도 향했다. 감차 대상이 될 경우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취득한 택시 면허가 시한부 성격을 띨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법인택시 운전기사 60대 장모씨는 “아직 건강이 팔팔한데 언젠가 갑자기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법인 소속 기사 김모씨(54)도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운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할텐데 결론을 내려다 보니 주먹구구식 합의안에 동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불평했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택시업계 반응과 사뭇 대조적이다. 시민들은 카풀 허용을 계기로 택시 업계 자정을 당부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박헌일씨(28)는 “택시들이 파업을 하면서 시민들의 외면을 자초했다”면서 “가격만 인상하고 이기적인 택시 뿐만 아니라 카풀, 그랩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이 활성화되는 계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택시의 불친절을 겪어왔다는 윤정임씨(47)도 “합의안에 승차거부를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던데 잘 지켜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의 감차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택시 기사 나이가 많아 불안했다는 쪽과 소위 ‘개인택시 권리금’으로 불리는 번호판(면허) 거래가격이 급락해 사실상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쪽으로 나뉜 것이다. 시민 전모씨(67)는 “백세 시대라고 하면서 나이많은 기사들 일자리를 없애버리면 결국 다시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택시·카풀 업계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이날 국회에서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과 ‘택시 월급제’를 골자로 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카풀은 출퇴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허용하되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운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어려운 결단을 해주신 업계 지도자들과 더불어민주당 태스크포스(TF) 단장 전현희 의원님께 감사드린다”며 이 같이 적었다. 또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탄력근로제에 관해 이루었던 사회적 합의를 의결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합의하셨던 정신을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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