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버려진 자식 취급했던 정부… “檢 기소는 성급” 동정론 쏟아내
혁신성장 타이밍 놓쳐 시장 혼선… 갈등 조정할 컨트롤타워도 없어
신사업 토양 갈수록 척박해져
차량호출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정부 내 ‘네 탓’ 공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입으로만 혁신성장을 주장했던 정부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와중에도 정부 내 갈등을 조정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고 있다.
3일 검찰은 타다에 대한 기소 방침을 국토교통부에 미리 고지했다는 기존 주장에 이어 구체적인 시기와 횟수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식 공문으로 회신하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 간 협의가 무산될 수 있어 회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타다 기소를 직접 물은 게 아니라 관련 법규를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검찰의 단독 플레이로 몰아가는 기류다.
국토부의 이날 반응은 앞서 지난달 28일 검찰이 타다를 기소한 뒤 나온 정부 내 일련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신산업 육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공유차량 서비스 주무부처인 국토부 김현미 장관도 국회에서 “검찰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각 부처가 일제히 검찰의 타다 기소에 대해 동정론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지만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언급은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타다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각 부처의 집중 공격으로 ‘버려진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12월 김현미 장관은 타다와 관련해 “택시면허 없는 개인이 자가용을 택시처럼 운행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올해 4월과 5월에는 홍 부총리와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에 대해 “본인 의지가 있었으면 혁신성장에서 역할을 했을 것”,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재웅 대표가 인터넷 공간에서 재반박을 하면서 갈등이 곪을 대로 곪은 상태였다.
현 상황이 정부의 정책 목표인 ‘포용경제’와 ‘혁신경제’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데도 정책적 중재와 조정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타다 같은 플랫폼 택시 사업자들의 차량 운행 규모를 국토부가 관리하도록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여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타다 등은 즉각 반발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신산업이 뿌리내리려면 정부가 불확실성을 줄이고 스타트업 업계와 일관성 있게 소통해야 하는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시장이 곤혹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뒤늦게 “타다가 시장에 플러스(도움이 된다)”라 했지만 이는 역으로 그동안 정부가 신산업을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경쟁성을 높여야 할 공정위마저 혁신성장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신산업의 토양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기존 법령이나 제도와 상관없이 실증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 테스트를 하려면 여러 정부 부처의 심사를 수차례 거쳐야 해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법이 없어 대부업법의 규제를 받는 개인 간 거래(P2P) 산업, 농어촌정비법 위반으로 사업을 중단한 농어촌 빈집 공유 서비스 ‘다자요’ 등은 법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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