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국 서울대 형법 교수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로스쿨 박사학위 논문을 읽었다. 물론 계기는 일각에서 제기한 표절 의혹 때문이다. 논문은 위법수집 증거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독일 일본의 판례와 학설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난 독일 편을 자세히 읽었는데 참고문헌과 각주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
그가 인용한 독일어 문헌의 저자 중에 K. Rogal이란 이름이 있다. 문외한인 나는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그것이 클라우스 로갈(Klaus Rogall)임을 알아냈다. Rogal은 Rogall의 오기였다. 알고 보니 로갈은 위법증거 분야에서 꽤 알려진 학자였다. 그러나 조 교수는 논문에 다섯 군데 쓴 로갈을 모두 틀리게 썼다. 물론 실수로 Rogall을 Rogal로 쓸 수 있다. 이상한 것은 그가 독일어 문헌을 인용할 때는 극히 저명한 몇몇 학자를 빼고는 모두 뎅커(Dencker)처럼 성만 쓰거나 K. 로갈처럼 이름 부분을 이니셜로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명은 각주에는 줄여 쓰더라도 참고문헌에는 풀 네임(full name)을 밝혀주는 것이 올바른 표기다. 조 교수는 영어와 일본 문헌의 저자는 모두 풀 네임을 써주고 있다. 독일 학자도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로 쓴 문헌을 인용한 때는 반드시 풀 네임을 쓰고 있다. 유독 독일어로 쓴 독일 학자만 각주에도 참고문헌에도 풀 네임이 나오지 않는다.
각주 중에 ‘Dencker, VERWER-TUNGSVERBOTE IM STRAFPR-OZESS 10(1977)’이란 부분이 있다. ‘뎅커의 1977년 저서 ‘형사소송에서의 사용금지’의 10쪽에서 인용’이란 뜻이다. 영어 논문에서 쪽 표시는 ‘at 10’처럼 쓴다. 조 교수도 쪽수 앞에 통상 ‘at’을 다는데 여기선 달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 독일인은 쪽을 표시할 때 S.10이나 약식으로 그냥 10으로 쓴다. 독일 책이니까 그렇게 각주를 달 수 있다. 이상한 것은 참고문헌에는 저자, 책 이름, 발행연도만 쓰는데 이 책의 경우는 참고문헌에도 쪽수까지 함께 쓰여 있다는 점이다. 같은 실수가 ‘ERNST BELING, DEUTSCHES REICHSTRAFPRO-ZESSRECHT 32(1928)’에도 나타난다. 독일어 책이 아니라 독일어 논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논문에서 이런 실수가 발견된다.
책을 읽을 때 참고문헌부터 보라는 얘기가 있다. 참고문헌을 보면 그 책의 수준이 드러난다. 참고문헌이 본문에 반영된 것이 각주다. 조 교수 논문의 각주와 참고문헌에는 여러 가지 오류가 있지만 여기선 체계적인 오류만 살펴봤다. 조 교수는 과거 표절에 관한 한 강연에서 ‘각주 절도’도 표절의 한 형태로 든 바 있다. 유독 독일어 문헌의 저서들에만 저자의 풀 네임이 없다는 것, 각주의 쪽수를 참고문헌에까지 그대로 옮긴 것은 조 교수가 직접 문헌을 보고 각주를 달았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조 교수의 논문을 읽으면서 이 논문의 독일 편도 실은 영어 문헌에 크게 의존해 작성됐다고 느꼈다. 조 교수의 독일어는 이 논문을 쓸 당시에도 불안하다. 영어로 쓰인 논문이므로 독일어를 많이 표기한 것도 아닌데 독일어 오기가 많다. 그런데도 그는 독일의 판례를 직접 독일어 원문을 보고 인용한 것처럼 쓰고 있다. 사실 이 점이 이 논문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어느 나라든 판결문은 그 나라의 가장 어려운 문헌 중 하나다. 조 교수의 독일어 실력으로 독일 판결문을 직접 읽었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조 교수는 학자다. 조 교수가 정치인이나 연예인이었다면 그의 논문에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조 교수에 대해서는 변희재 씨 측으로부터 제기된 표절 의혹도 있다. 그 의혹에도 일리가 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엄격하게 조 교수의 박사논문을 심사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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