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신은미 씨의 종북 논란 강연에 항의해 일명 ‘로켓 캔디’를 던진 전북 익산의 고3 학생 오모 군은 범죄자이긴 하지만 청소년이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관용을 외쳐온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어느 사회든 가장 기본적인 관용의 대상인 청소년에게 정작 털끝만큼의 관용도 보이지 않는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SBS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오 군의 행위를 ‘전형적인 테러범의 방식’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적 기반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불렀다. 오 군의 행위는 테러임에 틀림없지만 성인이 아니라 사리분별이 흐린 청소년의 행위다. 그가 직접 만들어 양은냄비에 담은 폭발물이 얼마나 대단한 살상력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다 큰 성인이 엄청난 성능의 폭발물을 지니고 테러를 시도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균형감을 현저히 상실한 태도다.
프랑스에는 아프리카계의 위험한 청소년들이 많다. 말만 청소년이지 성인이나 다름없이 키가 크고 힘이 센 그들이 약한 여성이나 노인, 아시아계를 상대로 하는 갈취행위나 이유 없는 방화 및 손괴행위를 직접 당해보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는 이 청소년들의 범죄행위로 골머리를 앓은 지 수십 년이 됐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보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매번 청소년을 성인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진보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닥쳐 실패하고 만다. 진보는 원래 그런 것이다.
오 군은 일간베스트저장소나 네오아니메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이런 커뮤니티에 극우적이라고 볼 만한 주장도 적지 않다. 오 군도 그런 성향을 일부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 군처럼 이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넓은 의미의 청소년이다. 이들이 잘못된 길을 간다면 어른들이 계도해야지 조롱이나 할 일은 아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나이 오십이 넘은 어른이, 그것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람이 애들을 상대로 일베충이니 찌질이니 성적 루저(loser)니 하는 말을 서슴없이 퍼붓는다. “일베는 사회의 낙오자들이 권력에 대한 좌절된 욕망에서 자신을 권력과 환상적으로 일체화한 후 그 환각에 빠져 권력이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권력의 주구(走狗)가 되어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라는 식의 독설도 주저하지 않는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한겨레신문에 “(오 군 등의 행위는) 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자기보다 힘센 자들을 공격하는 대신 약하고 만만한 희생양을 골라 불만을 배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오 군이 파시스트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겨우 고3인 학생이 무슨 사회적 낙오자여서 사회에 불만을 배설할 필요를 느꼈을까. 또 고3 학생이 권력에 대한 무슨 좌절을 맛보았다고 권력과 환상적 일체화를 추구했을까.
오 군은 단순히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처럼 제 눈에 엉망인 사회를 자신이 나서 바로잡겠다는 영웅주의적 망상에 사로잡힌 것인지 모른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좋은데 폭력으로 해결하겠다는 데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난 진보주의자가 아니라서 청소년도 잘못했으면 단단히 혼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다만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젤(gel)과 같은 시기다. 실수는 하지만 아직 굳어지지 않은 그들을 확신범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많이 배운 어른들이 사고도 단순하고 글도 서툰 청소년들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웃고 조롱하는 것은 더 위험한 심리 상태로 몰고 갈 뿐이다.
‘싸가지 없는 진보’의 저자 강준만 씨가 책 속에서 공감 가는 말 한마디를 했다. “일베는 싸가지 없는 진보의 부메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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