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칼럼]유승민 복당이 쿠데타? 뭣이 쿠데타인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유승민 복당이 쿠데타라면, 비대위는 더 자주 쿠데타 해야
유승민은 의원 중 한 명일 뿐… 그의 뉴스가 오래갈수록
새누리의 재기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미움을 내려놓고
친박계를 풀어줄 때… 국민들은 집권당에 묻고 있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심규선 대기자
심규선 대기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유승민 의원을 복당시키자 친박계는 ‘쿠데타’라는 말을 썼다. 가당찮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권력이 이동한다. 유승민 복당으로 친박계가 폐족이라도 됐단 말인가. 굳이 따지자면 민심을 거역하고 있는 친박계가 쿠데타 세력이다.

유 의원의 복당은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요상한 일이 벌어졌다.

적반하장이다. 친박계는 향기롭지 못한 방법으로 유 의원을 쫓아냄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샀고, 총선에서 최소한 30석을 제 발로 걷어차서 야당에 상납했다고 나는 본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차지게 사과한 사람이 없다. 종아리를 걷어야 할 사람들이 되레 회초리를 들고 설치는 건 코미디다.

안하무인이다. 비대위는 정당하게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비대위원도 정당하게 선출됐다. 그러니 그들이 내린 결정도 정당하다. 마음에 안 든다고 사과나 사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수가 많아서다. 수만 많고 염치를 모르면 패거리다.

호가호위다. 친박계는 대통령 탈당과 분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내년이면 벌써 대통령 선거다. 종이호랑이를 흔들며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게 안 통한다는 걸 친박계만 모르니 볏짚에 머리만 박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꿩과 같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어제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만나 표결 과정의 결례를 사과했다.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김 위원장이 정치권의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자존심이 꽤나 상한 것 같다. 그래도 대승적으로 당무에 복귀하기로 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본다. 결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숟가락도 잡기 전에 밥상을 떠났다면 위원장을 승낙한 보람이 없지 않은가. 사실 친박계는 정 대표를 비난할 입장이 못 된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막말과 전횡은 의도적이었고, 길었고, 심했다. 그때 친박계는 묵인했다. 아니 즐겼다. 이제 와서 무슨….

새누리는 ‘확실하게’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야당도 어쩌지 못한다는 역설적 비아냥거림이다. 늘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에게 빚 독촉을 못하는 것과 같다. 오죽하면 야당이 집권당을 걱정할까. 새누리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대통령 후보 하나 못 키우고, 숱한 국정 현안에는 무기력하다 보니 유 의원 복당이 지지를 얻는 것이다. 친박계가 확전을 자제한다고 하는데, 계속 자제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이 대목에서 밝혀둘 게 있다. 유 의원의 복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의 머릿속까지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 쿨하게 다루라는 뜻이다. 당권에 나서든 대권에 도전하든, 그도 엄격한 검증 대상이다. 유 의원을 키워준 건 8할이 친박계인데, 그의 성장판은 아직도 열려 있다. 친박계의 미움 덕분이다. 친박계는 왜 그를 더 키워주지 못해 안달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유 의원에 대한 대통령의 미움과 친박계의 미움은 싱크로율이 얼마나 될까. 친박계의 미움은 대통령만큼 그렇게 집요할까. 대통령을 향한 할리우드액션은 없을까. 대통령의 영향력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4년 후 총선에서는 몇 명이나 친박을 자처할까. 대통령은 이제 유 의원에 대한 미움을 내려놓음으로써(내려놓는 척이라도 함으로써) 친박계를 풀어주고 본인도 계파 수장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 정말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쓴다. 방문 국가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그 나라 국기 색깔에 맞춘 한복이고, 그 나라 말을 넣은 연설이다. 늘 효과가 좋다. 분명 대통령의 아이디어일 것이다. 그런 대통령이 정작 한국에서는 ‘불통’ 소리를 듣는다. 밖에서 되면 안에서도 되지 않겠는가.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이젠 안에서도 국민과 정치권에 대한 대통령의 세심한 배려를 보고 싶다.

유 의원 복당 정도가 쿠데타라면 비대위는 앞으로 더 자주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다만, 예의를 갖춰서). 이번 일로 주눅이 들어서도 안 된다. “새누리당은 쓸모없는 남자”라고 일갈하고 거수기를 거부하는 막내 비대위원 임윤선 변호사처럼, 비대위원 누구의 입도 막아선 안 된다. 혁신비대위는 비대위부터 혁신해야 비대위 밖도 혁신할 수 있다. 어느 언론계 선배의 입버릇이 떠오른다. ‘부드러운 머리로 까칠하게.’ 사고는 유연하게 하되, 해야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라는 뜻이다. 비대위는 더 까칠해도 좋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
#유승민 복당#새누리당#혁신비대위#정진석#김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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