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5일 취임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근처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집이 있지만 장관 취임과 함께 ‘나 홀로 생활’을 자청한 것이다. 장관 부인은 가끔 원룸을 찾아 빨래를 가져가고 새 옷을 놓고 간다고 한다.
박 장관도 분당에 갈 일이 있다. 2주에 한 번씩 분당구 야탑역 근처 이발소에 가는 것이다. 2008년 해군 대장에서 예편한 후 찾기 시작한 7년 단골집이다. 그는 “소풍 가는 기분으로 이발소에 간다. (집에도 가지만) 집에서 자고 온 적은 없다. (장관을 하는 동안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휴일 없이 매일 출근할 뿐 아니라 집에서 자고 나오지도 않는 ‘독특한 장관’이다. 물론 이런 근무 스타일은 스스로 택한 것이다. 그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여기(청사 근처)에 내가 있다고 해서 사고가 적게 나거나 사고가 빨리 제압되거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사고가 났을 때 분당에서 한두 시간 차를 타고 오면서 전화하는 것과 장관이 곧바로 (청사) 상황실에 나타나는 것에 대한 상황실 근무 요원들의 느낌은 다르다. 직원들이 밤잠 못 자고 근무 중인데 장관도 호응해야 한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박 장관이 요즘 조금 섭섭해하는 모습이다. 9일 취임 후 처음 가진 합동 인터뷰에서 유독 두 가지 발언이 귀에 들어왔다. “3년을 더 장관 한다고 해도 국민께서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장관 마칠 때까지 365일 출근하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출범한 안전처를 놓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라는 평가가 많은 데 대한 섭섭함과 ‘나는 앞으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 동시에 읽혔다. 19세에 해군사관학교(28기)에 입교해 39년 넘게 바다를 누빈 군 출신 장관은 주위 평가에 연연하기보다는 ‘임무’에만 전념하는 길을 택한 것 같다.
하지만 박 장관의 열성적인 근무 자세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이 많다. 군의 임무는 명확하고 정해진 것만 완수하면 된다. 하지만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인 안전처의 역할은 다르다. 안전에 관해 부처별 역할이 중첩돼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역할이 모호할 때도 많다. 그럴 때 안전처가 나서서 교통정리도 하고, 필요하면 총리나 대통령에게 직언도 해야 한다. 안전처 장관은 묵묵히 열심히 하는 지휘관보다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유관 부서들과 조정하고 협력하는 ‘광폭 행보’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박 장관은 2일 사고가 우려되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출근길 현장을 둘러봤다. 이후 나온 ‘대책’은 혼잡한 주요 역에 구급차와 응급대원을 배치하는 것에 그쳤다. 장관이 나섰다면 ‘급행열차 조정’이나 ‘공항철도 투입’ 등 좀 더 본질적이고 다양한 해결책을 놓고 서울시,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겠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물론 이런 대안의 결정권은 안전처 장관에게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안전 문제에 관한 안전처 장관의 ‘오지랖’은 넓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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