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택동]중재자 없는 여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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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정치부 차장
장택동 정치부 차장
휴일에 집에 있다 보면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간의 ‘신경전’을 종종 목격한다. 아들의 요구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장난감을 더 갖고 놀고 싶다는 것이다. 아내는 책을 읽거나 영어 공부를 하라고 주문한다. 상황이 충돌 직전까지 가면 필자가 중재에 나선다. “20분 동안 게임을 하고 책을 읽자”는 식이다. 양쪽 모두 불만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중재안이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여권의 갈등에서는 중재자가 보이지 않는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명분 없이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유 원내대표와 측근들 간 다툼이 ‘여권의 내전(內戰)’으로 비화했는데도 실효성 있는 중재안을 내놓는 사람이 없었다.

중재자가 되려면 양측이 받아들일 만한 권위와 현실적 해결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갈등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어야 가능하다.

5월 초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연계를 놓고 유 원내대표와 친박계가 갈등을 벌였을 때만 해도 김무성 대표가 중재자 역할을 했다. 5월 6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밝히자 김 대표가 이를 전격 수용해 갈등을 봉합했다. 당내 문제였기 때문에 대표로서의 권위가 통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도가 달라졌다. 초반에는 김 대표가 중재를 시도했지만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유 원내대표를 겨냥한 강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김 대표가 움직일 공간이 좁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대표 본인의 정치적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몰리면서 김 대표도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 중 한 명이 됐다. 이처럼 대통령과 여당이 충돌한 이상 중재 역할을 맡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게 여권의 현실이다.

여당의 ‘어른’으로는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만섭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멀어져 있거나 박 대통령 또는 당과 이런저런 인연이 얽혀 있어 중재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는 여권의 위기관리에 구조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당청 간에 갈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당청 간의 이견보다는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간의 소통 부족에 따른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한 번이라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지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결국 중재보다 더 큰 힘은 ‘당사자 간의 소통’이다. 아들이 성장할수록 필자도 중재자에서 당사자로 바뀔 것이고,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 같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중재자#여권#유승민#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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