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한우신]찜찜한 승부, 예측된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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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결과를 예측할 순 없었지만 혼란은 예측할 수 있었다. 서울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신규 사업자 선정 얘기다. 서울시내 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국내 주요 그룹 중 유통업에 발 담근 거의 모든 곳이 뛰어들었다. 가장 관심을 모은 대기업 몫은 2곳이었는데 신청 기업은 7곳. 이들이 사생결단의 승부를 벌였다. 그런데 심사 기간은 단 2박 3일. 이런 사실만으로도 결과 발표 후 후유증은 충분히 예상됐다. 현재 상황은 예상대로다. 결과 사전 유출 논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내정설 등 확인 안 된 소문도 가라앉지 않는다.

예측불허의 승부였지만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사업자로 선정된 대기업 2곳, 그리고 중소·중견기업 1곳까지 3곳 모두 맞혔다. 이 사실을 100% 믿는 사람은 결과 발표 하루 전, 기자와 만 원짜리 내기를 했던 친구 한 명뿐이다. 결과가 나오기 전 다른 지인들에게 이런 예지력(?)을 내보이진 않았다. 이유는 첫째, ‘틀리면 창피하니까’, 둘째는 ‘이유를 설명하기 민망해서’였다. 선정 기업들을 찍은 배경에는 업계에 떠돌던 ‘정치 논리’와 ‘국민 정서’ 등이 있었다. 심사에서 가장 배점이 높았던 ‘경영능력’이나 기업들이 공들인 ‘사회 공헌’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결론을 예측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이 자격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몫에 도전한 7개 기업 중 한 곳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면세점을 따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다들 준비를 열심히 한 것도 사실이다. 2곳만 줄 게 아니라 차라리 여러 곳에 허가를 내줘 자유롭게 경쟁하게 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개운치 않은 심사 과정이다. 심사는 민간과 정부 측 심사위원 12명에 의해 이뤄졌다. 원래 15명이었지만 3명이 참여를 고사했다. 개인 사정이 있으면 빠져도 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심사위원들은 후보 기업들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한 달여 후, 결과 발표를 앞두고는 이틀 전 한곳에 모였다. 그들에게 기업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원본이 전달됐을 리 없다. 입찰에 도전한 기업은 모두 24곳. 사흘은, 기업 한 곳당 400∼500쪽에 달하는 계획서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간이다. 결국 관세청이 먼저 정리한 후보 기업들의 계획서를 보고 채점했을 터.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선 기업 대표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PT도 날선 분위기는 아니었다. 언론을 통해 이미 여러 번 제기된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대답 역시 수차례 나온 내용이었다.

결국 심사 과정 자체에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그러다 보니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했을 거란 의심이 드는 것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됐는데 그 정도였다. 이전 면세점 심사가 이번보다 엄격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찜찜한 심사 과정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찜찜함을 남긴다. 11월에는 특허가 만료되는 시내 면세점 4곳에 대한 사업자 선정이 예정돼 있다. 그때는 개운하길 바란다. 심사 과정만 명쾌하다면야 만 원 한 장 못 벌어도 상관없다.

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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