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유성열]청년 없는 노사정 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노동개혁으로 정권을 잃었다. 정권을 내놓을 각오가 정말로 있는가.” “정규직 대우를 낮추자고 하던데 본인들부터 솔선수범할 생각은 없는가.”

7일 밤 KBS 심야토론 ‘일자리 대토론, 청년의 물음에 답하다’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청년들은 패널로 나온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최 부총리와 이 장관은 “노동시장을 개혁하면 청년고용절벽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청년은 거의 없었다. 청년에게 있어서 최 부총리와 이 장관 역시 ‘과보호된 정규직’, 이른바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부처 장관과 청년들이 이렇게 만나고, 토론하는 것은 날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 부총리도 “절박한 마음”,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써가면서 청년들을 설득했고, 이 장관도 토론 이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의지를 다졌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토론회도 정책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열렸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노동시장 개혁 논의에서 배제돼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노동시장 개혁 논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주도한다. 노사정위는 정부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노사정(勞使政) 대표들로 구성된 대통령 자문 기구다. 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개혁 논의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가동 중인 노동시장 구조 개선 특별위원회 역시 근로자, 사용자, 정부, 공익위원 등 노사정 대표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사정위와 노동시장 특위에는 청년 대표가 단 한 명도 없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와 고용부가 파견한 고위 관료, 근로자위원은 한국노총 간부, 공익위원은 대학 교수라는 공식이 이번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내용으로 협상을 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인적 구성”이라고 말했다. 정밀한 노동시장 분석과 함께 ‘고용 유연 안정성’ 같은 ‘고차원 협상’을 하려면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수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대표가 참여하지 못하는 노동시장 개혁 논의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눈으로 볼 때는 노동시장 특위 위원 모두가 ‘과보호된 정규직’일 뿐이며, 솔선수범하지 않는 어른일 뿐이다. 6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 노사정위, 한국노총 어디에도 비정규직 대표는 없기 때문이다.

노사정위는 2013년 9월 청년과 비정규직 대표를 참여시키는 노사정위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지만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다. 정부도 노사정위 개편 방침을 수차례 밝혔지만 강한 의지가 보이진 않는다. 결국 노사정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청년,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또다시 배제될 것이다. 정부, 노사정위가 청년, 비정규직에게 솔선수범하는 길은 그들과 함께 협상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 장소는 방송 토론회가 아닌 노사정 협상장이어야 한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청년#노사정 협상#슈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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