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시즌 프로농구는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이른 내달 12일 개막한다. 선수 휴식 부족 등 문제점이 드러났던 월요일 경기를 없애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플레이오프 일정이 내년 프로야구 개막과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15일 ‘프로아마 최강전’이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막을 올리면서 프로농구는 사실상 새 시즌을 시작했다. 농구팬이라면 설렘과 기대로 가득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불안감도 숨길 수 없다. 승부 조작과 불법 도박 때문이다.
선수들의 도박과 관련해 경찰은 내달 초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현직 선수 5, 6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베팅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법적 처벌은 물론이고 구단과 한국농구연맹(KBL)의 징계가 뒤따를 것이다. KBL부터 나서 적극적으로 단죄하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프로농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감독이 가담했을 경우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과거 국내외 다른 종목의 사례를 봐도 그랬다.
문제는 감독이 주도한 승부조작 경기가 있었는지다.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 감독은 최근 KGC 사령탑을 자진 사퇴하면서 “소명에 집중해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5월부터 전 전 감독을 조사했다. 2개월 넘게 조사를 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이를 기각했다. 경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는 선수 기용에 관한 것도 있었다. 전 전 감독은 6월 말 경찰에 자진 출두해 “왜 2진급 선수를 투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입니다”라며 정색을 했다.
그의 말대로 선수 기용은 종목을 불문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으로 인정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 프로농구에서는 그 권한에 제한을 받을지도 모른다. KBL은 6월 말 일찌감치 전 전 감독의 등록보류 기자회견을 하면서 “규약 17조 ‘최강의 선수 기용’과 70조 ‘성실 의무’를 위반하면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프로 감독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경기를 포기했을 정도로 현저하게 혐의가 보일 때로 한정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전·현직 감독들에게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느냐”고 물었다. 예외 없이 “당연히 그럴 때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져 주는 게 아니라 나중을 대비해 벤치 멤버를 내보내는 것이다. 그 선수들이 잘하면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형 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할 KBL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최강의 선수 기용’ 같은 선언적인 조항을 근거로 감독들의 경기 운영 방식을 제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프로농구 새 시즌에는 ‘최강의 선수 기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감독이 나올까.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스스로의 권한을 제한할 빌미를 줘, 제 발등을 찍는 지도자가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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