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기용]진격의 지상파 방송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김기용 산업부 기자
김기용 산업부 기자
#장면1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7월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받아냈다. 2012년 ‘광개토플랜’이라는 정부의 주파수 배분 계획에는 지상파 방송사에 700MHz 주파수를 주는 내용이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는 2조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700MHz 주파수를 공짜로 받아내기 위해 ‘초고화질(UHD) 방송 선도론’을 폈다. 모든 국민에게 ‘무료 보편적 UHD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주장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상파 방송을 케이블망이 아닌 안테나로 직접 수신해 보는 가구는 전 국민의 6.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파수 관련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 5명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펴는 지상파 방송사를 막지 못했다. 장관과 차관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나가 혼쭐나고 돌아오니 공무원들이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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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은 5월 유료방송(케이블TV, 인터넷TV 등)에 공급하던 주문형비디오(VOD)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일방적으로 인상했다. 또 6월에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모바일 인터넷TV(IPTV)에서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콘텐츠 이용료를 더 내라는 요구를 사업자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유료방송이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할 때 내는 재전송료도 기존에 가입자당 260원이던 것을 400원 이상으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전송료는 애초부터 기준이 불명확해 분쟁의 소지가 있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무작정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반발하는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소송을 걸어 소송만 50여 건에 이를 정도다.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제값 받기’라는 명분으로 케이블TV와 IPTV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8월 중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참여를 거부했다.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테니 정부는 빠지라’는 얘기다.

지상파의 거침없는 ‘진격’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도대체 말려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 고위직 출신이 청와대에 즐비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래부와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강단 있는 공무원들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와해시키려는 협의체를 원칙대로 끝까지 끌고 나가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 편을 든 국회의원들이 미래부 장관과 차관, 방통위 위원장 등을 불러 ‘꾸짖던’ 4월 윤종록 전 미래부 2차관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양쪽 귀를 다 열고, 국민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은 적이 있다. 원칙을 밝힌 짧은 한마디였지만 울림은 작지 않았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

[알려왔습니다]

본보 8월 12일자 A12면 ‘정부 무시하는 지상파…재전송료 협의체도 외면’, 9월 1일자 A29면 ‘진격의 지상파 방송’ 기사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주파수 배정을 주도했고, 미래부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온 만큼 지상파 방송사가 미래부를 배제하지 않았고, 주파수 배정이 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만큼 국회의원을 앞세워 주파수를 배정받은 것이 아니라고 밝혀 왔습니다. 또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국민의 TV 시청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재전송료 인상과 관련한 소송은 50여 건이 아니라 2건뿐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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