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 제목이다. ‘산토끼’는 정치권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를 뜻하는 말이다. 다른 정당 지지자도 있고 부동층도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집토끼’로 불린다. 산토끼 집토끼 논쟁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단골 메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기존 지지 세력을 확실히 붙드는 게 우선이냐, 아니면 부동층 포섭을 위한 외연 확장이 먼저냐는 것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보면 집토끼는 진보 성향의 고정 지지층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20% 안팎이니 대략 그 정도로 보면 된다. 산토끼는 주로 중도를 말한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결국 새정치연합의 집토끼 산토끼 논쟁의 중심 테마는 ‘진보적 정책의 강화’냐, ‘중도로의 전환이냐’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논쟁은 여기에 집중됐다.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정체성 확립이 혁신과 선거 승리의 요체”라고 주장했다. 정체성 확립이란 진보의 색깔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집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새정치연합은 진보 노선을 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보의 토대를 이번 기회에 단단히 하자는 말이다. 역시 집토끼 먼저라는 주장이다. 반면 당 민주정책연구원 이진복 연구위원은 “산토끼는 있다”고 말했다. 중도로 확장해야 집권이 보인다는 산토끼파다.
진보, 중도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최근 새정치연합의 모습을 보면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은 것 같다.
딸 취업 청탁 전화를 건 윤후덕 의원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은 각하(却下) 결정을 내렸다. 청탁 전화를 건 시점이 징계시효(2년)를 지났기 때문에 징계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앞으로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은 자신의 자식 취업을 부탁하는 전화를 걸어도 2년만 숨기고 있으면 당의 징계를 받을 이유가 없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징역형을 살기 위해 수감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복을 입고 나온 한 전 총리는 ‘분노를 조직화하자’는 취지의 선동적 발언을 남겼다. 대법관 13명이 한 전 총리가 받았다는 9억 원 중 3억 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했음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당 혁신위원회의 30대 위원인 이동학 씨는 한 전 총리 판결이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당 지도부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가 급기야 사과를 해야만 했다.
해야 할 말을 한 사람은 지탄을 받고, 지탄을 받아야 할 사람은 모면을 하며, 죄가 인정된 사람은 밖에다 손가락질을 한다. 그리고 이런 행태에 아무도 지적을 못 한다. 진보냐, 중도냐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상식(常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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