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 몰래카메라(몰카) 동영상 유출로 세상이 발칵 뒤집힌 지난달 20일. 경찰청에서 강신명 경찰청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가 열렸다. 강 청장은 “경찰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자 경찰의 수사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범인 검거를 위한 총동원령을 내렸다. 경찰 총수의 불호령에도 불구하고 경찰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글쎄요…’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한 해 수십만 명이 찾는 워터파크에서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는 동영상의 범인을 대체 어떻게 잡으란 말인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닷새 만인 25일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피해자 제보와 신고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185분짜리 동영상을 수백 번씩 돌려보고 비슷한 시기에 문제의 워터파크 이용자 신용카드 기록과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일일이 뒤져가며 포위망을 좁혀간 치밀한 수사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경찰의 수사력에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쾌거는 한날 발생한 50대 경찰 간부의 어이없는 총기사고로 빛이 바랬다. 서울 은평구 구파발 검문소에서 20대 의경을 상대로 ‘총놀이’를 하다 실수로 총을 쏴 목숨을 잃게 만든 사건이었다. ‘흉기를 휘두르는 현행범에게 총을 쏴도 과잉대응 논란이 일어나는 마당에 총으로 장난을 치다 사람을 죽이다니….’ 엄격한 규정에 따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총기를 26년 경력의 경찰 간부가 장난감처럼 다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넘어 황당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구파발 총기 사건으로 경찰은 하루아침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언론은 경찰의 잇따른 비행, 범죄를 들춰가며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비판 기사를 실었다.
경찰로서는 이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조직 전체를 매도하는 듯한 여론에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실제로 우리 경찰의 살인, 강도 등 흉악범죄 검거율이 99%로 여느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또 11만 명이나 되는 방대한 조직이기 때문에 경찰의 전체 범죄건수가 많아 보이지만 1000명당 범죄건수로 치면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양호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경찰의 모습과 경찰이 ‘보여주고 싶은 통계’ 사이에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 큰 인식 차가 있는 듯하다. 술 취한 여성 대신 음주측정기를 불어주고 여성 피의자를 성추행하거나, 사건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뒷돈을 받아 챙기는 행태가 보통 시민이 떠올리는 경찰 이미지 아닐까. 사달이 날 때마다 “경찰이 늘 그렇지 뭐…”라는 불신의 시선이 쏟아지는 걸 보면 말이다. 이런 불신은 경찰 공권력에 대한 권위 부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분명 손해다.
강 청장이 의지를 갖고 지시하니 못 잡을 것 같던 범인도 쇠고랑을 찼다.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헛발질에 피땀 어린 수사 성과마저 빛을 잃는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지 강 청장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범인 잡기보다 경찰 내부 단속이 더 어려워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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