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 취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서울시의회를 찾은 정명훈 감독이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정 감독은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과의 면담을 위해 이날 시의회를 찾았다. 만남은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전날 정 감독의 방문을 확인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서울시의회 관계자들이 ‘모른다’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할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지난 10년간 정 감독은 연봉과 각종 경비 명목으로 150억 원가량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답변한 적이 없었다. 막말·성희롱 논란을 빚었던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진 지난해에도 그는 리허설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시의회 위에 정명훈’이라는 표현이 이해될 정도다.
1시간 남짓 진행된 만남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서울시의원들과 정 감독 사이에 오간 대화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간담회 참석자를 통해 “그동안 냉랭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는 정도만 전해졌다. 정 감독은 “(최근 시향 사태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만남 이후 정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 8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향 업무보고 현장. 전날 ‘간담회’ 목적으로 서울시의회를 찾았던 정 감독이 공식 의회 일정인 산하기관 업무보고에도 출석할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특히 서울시의원들과 정 감독 사이에 ‘교감’이 있었기에 이날 업무보고 때 그의 재계약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높았다.
그러나 정 감독은 출석하지 않았다. 공개하기로 했던 회의는 돌연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기자는 회의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직원들의 인사 문제가 질의응답 중에 나올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의회에서 열리는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세상의 부담스러운 시선으로부터 정 감독을 지켜주고 싶다는 의지로만 비쳤을 뿐이다.
정 감독이 서울시향을 아시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성장시킨 공은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세계적인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한 가지 간과하는 게 있다. 아무리 훌륭한 지휘자가 있어도 시민이 외면하는 시향은 존재 가치가 없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밀실에서 조용히 재계약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서울시의회의 역할이다. 시향의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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