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가 7일로 1라운드(전체 6라운드)를 마친다. 5일 현재 평균 관중은 3150명으로 지난 시즌 같은 경기 수의 3609명과 비교해 12.7% 감소했다. 예견된 일이다.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이 승부 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됐다는 초대형 악재가 터진 탓이다.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는 은퇴했고,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서는 11명이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아 코트에 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한 달이 다되가는데도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 프로농구 관계자는 “빨리 결과가 나와야 징계 등 후속 조치를 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음만 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선수가 승부 조작에 관여했거나 스포츠 도박을 했다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다. 선수들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조차 구매해선 안 된다. 범법자를 옹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간부의 말을 듣고 나니 없던 의구심이 생겼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그는 “해당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면서 우리 팀을 지게 만들겠다고 한 뒤 에어볼(림에도 맞지 않은 슛)을 냈다. 그 부분을 승부 조작으로 보고 있다. ‘슈팅 가드가 백보드도 못 맞히는 일은 3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라는 선수들의 진술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 말을 듣고 ‘이분은 수사를 맡기 전까지 프로농구 경기를 한번도 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도 에어볼을 던진다. 상대가 맘 놓고 던지게 놔두지 않아서다.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그날 장면을 보자. 당시 해당 선수가 속한 팀은 경기 종료 3분 19초를 남기고 42-59로 크게 뒤져 있었다. 교체 투입된 그 선수가 슛을 던지려는 순간 키가 더 큰 상대 팀 선수가 펄쩍 뛰며 가로막았다. 영상만으로는 확인이 어렵지만 공이 수비 선수의 손끝에 살짝 닿은 것도 같았다. 에어볼이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의심받는 선수는 지난 시즌 54경기 가운데 8경기만 출전한 벤치 멤버다. 경기 평균 득점은 0.9점에 불과하다. 그 선수가 속한 팀은 지난해 ‘압도적인 꼴찌’였고, 당시 상대는 4강 플레이오프(총 10개 구단)까지 진출한 팀이다.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없는 팀을 상대로 평균 0.9점을 넣는 선수가 어떻게 승부 조작을 했다는 것일까. 물론 해당 선수는 SNS를 통해 불법 도박과 승부 조작을 암시하는 증거를 남겼다. 에어볼이 아니라 이를 근거로 앞세웠다면 의구심은 덜했을 것이다.
승부 조작과 유명 선수들의 불법 도박은 수사기관에 매력적인 사건이다. 많은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KBL 등 스포츠 단체들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하고 발생 시 엄중한 조치를 해야겠지만 수사기관도 좀 더 신중하게 사건을 다뤄야 한다. “경찰·검찰이 스포츠니까 만만하게 본다”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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