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부터 내심 불안했다. 울릉도에 가기 위해 올라탄 배는 거친 파도에 연신 좌우로 흔들렸다. 파도가 덜 치는 연안으로 우회하는 길을 택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선장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포항으로 회항하겠습니다.”
5년마다 진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하기 위해 지난달 말 통계청장과 통계청 직원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현장에 동행하면서 겪은 일이었다. 통계청 직원들은 “출발 당일 아침에도 기상청은 울릉도까지 배로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를 위해 몇 주 전부터 기상청에서 기상 자료를 받아보기도 했다.
다음 날 다시 배를 띄워 울릉도에 도착하고 보니 울릉도 주민들은 전날 포항에서 배가 뜨지 못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배를 운항하기 힘들다고 예보했기 때문이었다. 한 울릉도 주민은 “여기 사람들은 한국 기상청 예보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릉도 주민이 기상청에 대해 불신을 갖는 것처럼 많은 국민이 정부의 예측을 믿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정부 신뢰도 평가에서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한국인은 34%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41개국 중 인도네시아(65%) 터키(53%)보다 낮은 26위였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경제전망에 대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각종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내수가 살아난다”고 발표해도 쉽사리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글로벌 신용평가사, 외국의 유력 언론매체의 한마디를 더 신뢰한다.
정부로선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국민이 불신을 갖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장밋빛 전망 중에 실현된 게 과연 얼마나 있는가 말이다. 대표적인 게 경제성장률이다.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2015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8%로 예측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을 계속 바꾸다 지금은 3%대 성장률을 지키기도 버거워 보인다. 2013년 5월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약속한 ‘증세 없는 재원 확보’도 결국 공염불이 됐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변수를 예측하지 못했다거나 지하경제 양성화가 잘 안됐다고 나무라려는 게 아니다. 어떤 변수가 불거질지 모르는 실물 경제에 대해 너무 장밋빛으로만 전망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스위스의 민간 경영대학원인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한국 정부의 효율성은 지난해 26위에서 올해 28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4대 구조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 실력을 키우고, 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것, 이게 지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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