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과 전격 통합을 발표한 직후 정치권에 한동안 회자된 글이 있다. 한 언론인이 쓴 ‘호랑이굴에 들어간 사슴’이라는 칼럼이었다. 내용 일부를 요약하면 이렇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합친 것을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고 해석하면 오산이다. 안 의원에게는 호랑이를 같이 잡을 만한 동지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현 대표)은 친노(친노무현)라는 특전사급 부대를 이끌고 있다.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이 대목의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안 의원은 지난해 새정치연합을 만든 지 석 달 만에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안 의원은 사석에서 “내게도 장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자신을 엄호해 줄 동지의 필요성을 절감한 듯하다.
그러나 문 대표 곁에 정말 친노라는 특전사급 부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친노 진영은 안 의원 지도부와 이후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조기에 허물어지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6·4지방선거와 재·보선 공천 및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 등에서 친노 혹은 범친노 그룹이 보여준 ‘대표 흔들기’는 대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2·8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에게 승리를 안겨 준 뒤에는 별 볼 일이 없다. 4·29 재·보궐선거와 10·28 재·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문 대표를 비노 진영이 심하다 싶을 만큼 흔들어대고 있지만 친노 그룹에서 ‘특무상사’ 하나 뛰쳐나와 “어디서 감히 문 대표한테!”라며 호통 치거나 울분을 토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노영민 의원의 ‘카드 단말기 결제’ 사건을 보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노 의원이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두고 산하 기관에 자기 시집을 팔았다. 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비서실장을 맡은 이후 문 대표가 가까이 두고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도덕성과 정당성을 추구해 온 문 대표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노 의원은 버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였던 새천년민주당에서 당직을 맡았던 한 야권 인사는 “과거 같으면 당연히 노 의원이 탈당하거나 의원직 사퇴를 선언해 문 대표의 부담을 덜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정당이고 동지라는 얘기다.
새정치연합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이익공동체’라고 조롱하듯 부른다. 동지애보다는 구성원들의 이익 실현을 위해 뭉친 집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들도 선거 때는 똘똘 뭉쳐 ‘혁신 쇼’를 벌이면서라도 승리를 얻어낸다. ‘선거 머신(machine)’인 셈이다.
그렇게 보자면 친노야말로 이익공동체가 아닌가 싶다. 이들도 자신의 이익이 걸린 당내 경선에서는 어떻게든 승리방정식을 찾아낸다. 정작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본선에서는 패배하지만. 문 대표가 “친노는 없다”고 주장한 이유를 알 것도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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