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중국을 처음 찾았다. 휴가만이라도 출입처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친구가 공부 중이던 베이징으로 떠났다. 국제대학원을 다니다 베이징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던 친구는 “알고 보니 베이징이 서울보다 훨씬 첨단 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게는 와 닿지 않았다. 수영장도 아닌데 웃통을 벗은 아저씨들이 거리낌 없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작은 가게들 중에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고, 환전해 간 돈이 떨어져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으려 했을 때는 자동입출금기(ATM)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최근 취재차 6년 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 중국은 확 달라져 있었다. 마천루가 빼곡하게 들어선 도시의 외관도, 사람들도 변해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중국인들의 손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였다.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 사용이 일상이 된 그들의 손 위에는 현금 대신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맥도널드,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매장은 물론이고 작은 편의점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지갑 없이 알리페이로 하루 생활하기’ 동영상을 살펴보자. 한 알리페이 사용자의 하루를 보여주는 이 동영상에서 주인공은 알리페이로 택시비를 결제하고, 친구와 점심을 먹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긴 뒤 심지어 자판기에서도 알리페이로 음료수를 뽑아 마신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지만 이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중국 간편결제 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을 따라 한국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미 갖춘 이들이다. 이러다 한국인들의 지갑도 ‘알리페이’, ‘위챗페이’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중국에서 만난 중국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니온페이(은련) 관계자에게 “한국인들이 사용할 만큼 유니온페이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전 세계 가맹점들이 중국인을 공략하기 위해 유니온페이 이용자에게 각종 혜택을 내걸고 있다. 유니온페이를 이용하면 (한국인도) 똑같은 혜택을 덩달아 누릴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간편결제 업체들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안 된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는 이제 막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빡빡한 규제가 기업들을 옭아매기도 했지만 기업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업체들은 단순히 간편결제 서비스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알리페이는 계열 쇼핑몰인 타오바오 등에서 결제하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위챗페이는 고객들이 해외에서도 위챗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 20여 개국의 사업자들과 공격적으로 제휴를 맺어 왔다.
다행스럽게도 금융당국이 간편결제 등 핀테크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중국의 플레이어들이 한국 시장을 차지하기 전에 국내 기업들이 하루빨리 스마트한 서비스들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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