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 시간) 미국프로농구(NBA) 역대 개막 최다인 24연승을 달리던 골든스테이트가 패했다. 12일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연승 기록이 깨졌다. 안양 연고의 KGC가 서울 SK에 져 역대 개막 안방 최다 연승이 ‘12’에서 멈췄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승리해 온 골든스테이트에 비해 집에서만 힘을 낸 KGC의 기록이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가 지난 시즌 30개 구단 가운데 최고 승률(0.817)을 올리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컵까지 거머쥔 팀인 반면, KGC는 5할도 안 되는 승률(0.426)로 10개 팀 가운데 8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기록이다. 여러 악재 속에 시즌을 맞은 KGC는 개막전부터 내리 4경기를 졌다. 그때만 해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KGC는 ‘안방 불패’를 밑천 삼아 꼴찌였던 순위를 조금씩 끌어 올렸다. 11월에는 방문 2경기를 포함해 8연승을 질주하며 3위까지 뛰어 올랐다.
KGC는 1일 경기를 이기면 이번 시즌 최다인 9연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마침 상대는 4연패 중인 데다 11월에 1승 7패에 그쳤던 SK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KGC는 졸전 끝에 완패했다. 경기 뒤 잔뜩 화가 나 있을 줄 알았던 KGC 김승기 감독대행은 되레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차라리 잘됐다. 연승을 하다 보니 선수들이 이기려고만 하지 과정은 생각하지 않더라. 우리 전력이 그 정도는 아닌데 자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패보다는 낫지만 연승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팀을 책임지는 감독 스스로가 아무리 초연하려 해도 언론을 비롯해 주위에서 난리를 친다. 행여 상승세가 꺾일까 봐 연승 기간에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감독이 많다. 연승이 끊기자마자 김 감독대행이 한 일도 땀에 전 양복을 세탁소에 맡기는 것이었다.
8연승을 멈춘 뒤 2연승으로 살아나는 듯했던 KGC는 12일 다시 SK에 발목을 잡히며 ‘안방 불패’마저 제동이 걸렸다. 주 득점원인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가 평소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드는 경기 전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펑펑 울며 출전을 자청했지만 컨디션이 좋을 리 없었다. 김 감독대행은 이번에도 담담했다. 그는 “(로드에게) ‘열심히 뛰어줘 고맙다. 원하면 집(미국)에 다녀와라. 너 없이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팀은 네가 더 소중하다’고 했다. 물론 위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스포츠의 연승은 언젠가 깨진다. 연승은 최종 목표(우승)를 향한 디딤돌일 뿐이다. 세상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늘 잘하고, 칭찬만 받을 수는 없다. 무리하다 보면 무언가는 놓치기 마련이다. 잠시의 성공에 취해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게 그렇다. 베스트셀러 책 제목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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