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야권 인사의 올해 총선 전망이다. 호남에서는 야당끼리 경쟁하되 그 밖의 지역에서는 연대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얘기다.
이 인사의 속내는 대략 이렇게 추론해 볼 수 있다. 야권의 핵심인 광주와 전남북에서는 새누리당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천정배 의원 주도의 국민회의, 다른 야권 신당이 모두 나서 자웅을 겨뤄도 여당에 넘어갈 의석은 거의 없다. 호남에서는 ‘야권 분열’이 ‘야권 패배’를 가져오지 않는다. 비호남, 특히 수도권에서는 일여다야(一與多野)로 맞붙는다면 야권에 불리하다. 야권 분열은 야권 참패를 부를 확률이 높다. 연대해서 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야권 연대를 거부하는 정당은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 선거사는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지만은 않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야권은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됐다(충청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은 예외로 하자). 호남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가 압승했고, 수도권에서 양당 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화 이래 처음으로 서울을 새누리당 계열의 신한국당에 내줬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분열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결과는 15대와 비슷했다. 열린우리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을 압도했다.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복수 야당에 호남 경쟁-비호남 연대라는 구도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한 정당이 다른 정당을 대체해 버렸다.
이를 야권에서는 흔히 “호남은 전략적 사고를 한다”고 말로 표현한다. 당장의 감정에 좌우되기보다는 집권 가능성을 보고 투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영남에 수적으로 뒤지는 호남이 분열해서는 집권이 어렵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전북 남원의 서남대 김욱 교수는 최근 저서 ‘아주 낯선 상식’에서 이 같은 인식을 “호남표가 인질로 잡혀 있다”고 봤다. 일부 영남 지분이 있는 친노(친노무현)의 ‘영남 대통령론’에 호남이 볼모가 됐다는 뜻이다. 탈당이 임박했다고 하는 더민주당 김한길 의원이나 동교동계의 권노갑 상임고문이 통합을 계속 강조하는 바탕에도 ‘호남의 전략적 사고’가 작용하고 있다.
호남은 진정 캐스팅보트가 될 제3 정당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 면에서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여론조사 결과 추이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두 당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당의 지지율은 기존 20% 안팎에서 크게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5∼10%포인트 떨어지는 결과들이 나온다. 그 차이와 무당층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아가고 있다. ‘제 살(호남) 갉아먹기’가 아니다. 파이가 커지고 있다.
호남이 더이상 ‘인질’이 될 필요는 없게 됐다고 한다면 비약일까. 호남의 선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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