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으로 기억된다. ‘서울의 달’이라는 TV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시청률이 40%가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만 해도 변두리 달동네였던 약수동이 배경이다. 시골 출신으로 허황된 성공을 꿈꾸는 제비족 홍식(한석규)과 어리숙하고 우직한 춘섭(최민식), 두 시골 청년이 상경해 겪는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드라마 속 인물이 보여주는 우리네 이웃의 고단한 세상살이와 팍팍한 삶은 시청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식이나 춘섭 말고도 당시 가난한 시골 출신이 ‘서울드림’을 안고 무작정 상경하는 일은 흔했다. 의지할 곳 하나 없었지만 서울은 그들에게 ‘희망의 땅’이자 어쩌면 성공을 보장하는 ‘약속의 땅’이었다.
2016년 오늘, 20여 년 전인 1994년과 비교하면 서울도 많이 변했다.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약수동 달동네는 재개발로 사라졌고 높다란 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 환경적 변화 말고도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다. 희망을 안고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보다 서울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서울에 사는 인구는 1029만 여 명. 2010년(1057만 여 명)부터 5년째 감소세다. 이런 추세라면 3년 후면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서울의 인구 감소는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최근 탈(脫) 서울의 주체가 경제활동의 중심축인 30, 40대라는 것이다. 지난해 13만7000여 명이 줄었는데 절반이 넘는 7만3000여 명이 30, 40대였다.
30, 40대는 왜 서울을 떠나는 걸까. 높은 주거비용이 첫째 원인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명 중 6명이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고 했다. 좀 더 싼 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야하는 ‘전세 난민’이 된 셈이다. 나이 들어 퇴직하고 귀농하거나 쾌적한 환경을 찾아 가까운 중소도시로 떠났던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30, 40대의 이탈은 서울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킨다. 고령화는 곧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악화와 복지수요 증가, 지역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인구 감소가 국가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서울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풍요롭고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지 않고서는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방법은 없다.
30, 40대를 다시 끌어들여 ‘젊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지와 창조산업 활성화를 통한 노동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복귀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추진해 온 세출구조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가 서울의 도시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책도 세워야 한다. 서울시가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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