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가장 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과거에 배운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GE코리아 출범 40주년을 맞아 열린 ‘2016 GE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한 말이다. GE는 1896년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출범할 당시 지수에 포함됐던 12개 상장 기업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138년간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거의 성장 공식을 과감히 버리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전기조명회사로 1878년 설립된 GE는 올해 초 가전사업부를 중국의 하이얼에 매각했고 한때 한 해 수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였던 GE캐피털을 비롯한 금융 부문을 축소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 이상 금융으로 지속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GE가 2010년부터 주목한 분야는 산업인터넷이다.
산업인터넷은 센서를 통해 기계, 설비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해 고장과 운영 중단을 방지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제품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기업의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이멀트 회장은 올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은 변동성이 심한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며 “GE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일 혁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변화의 타이밍을 놓쳐 위기를 겪은 기업들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의 성장 공식에 대한 미련이 이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했을 것이다.
이멀트 회장은 지난해 9월 ‘GE는 21세기 성공을 위해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에 오르겠다”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2010년부터 산업인터넷 분야의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려온 GE가 지난해 소프트웨어로 올린 매출액은 150억 달러(약 16조9500억 원)에 달한다.
어떻게 하면 GE처럼 혁신을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객과 시장에 집중하면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기업인들이라면 수도 없이 들었음 직한 말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더욱 성장하려면 오라클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어야 해’라고 한 게 아니다”라며 “제트엔진의 연료소비효율을 높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실히 따라 가다 보니 센서를 통한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포브스가 각 기업의 매출, 수익, 자산, 시장가치 등 4개 항목을 기준으로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은 총 448곳이며, 이 중 한국은 두산과 한국전력공사 두 곳뿐이었다. 익숙함과의 결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바꿔 나가 100년 이상 장수하는 한국 기업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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