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여당의 패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다. 소통이 부족하고 독선적으로 보이면서 민심과 멀어졌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요지다.
박 대통령의 소통 문제에 대한 지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청와대와 세간의 인식 차는 여전히 큰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관들과 대면보고가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금 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소통 방식에 별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들렸다. 4·13총선 뒤에도 두 줄짜리 대변인 브리핑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통해 심경을 밝혔을 뿐 대국민담화 등 적극적 소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7차례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가졌던 점 등을 언급하며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박 대통령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여권 인사는 “국회의원, 당 대표 시절과 대통령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지금은 누구도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위상의 변화에서 오는 차이 이상으로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여론의 평가도 좋지 않다.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소통 미흡’(2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청와대가 ‘오해’라고 강변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듯 민심은 정확하고 냉철했다. 또 소통이라는 건 상대방이 있는 것인 만큼 국민과 정치권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여소야대 국회가 된 만큼 소통의 문제는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가족 사이에도 늘 소통이 부족한데 분초를 다퉈가며 일하는 대통령이 따로 시간을 내 사람을 만나고 눈높이를 맞추려면 상당한 정성을 들여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상대방을 비판하지 말고, 진지하게 칭찬하며, 상대방의 눈으로 사물을 보라”고 조언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이 26일 3년 만에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언론사 고위 간부들을 만나는 차원을 넘어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을 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은 노력이 쌓이다 보면 여론의 인식도 서서히 달라지지 않을까. 아직 박 대통령이 일할 시간은 22개월이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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