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창덕]독특함이 가지는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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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부 기자
김창덕 산업부 기자
영국 가전업체인 다이슨은 독특한 기업이다.

모든 청소기업체들이 먼지봉투 교체로 추가 수익을 남길 때 다이슨은 과감하게 먼지봉투가 없는 청소기(1993년)를 세상에 내놓았다. 선풍기란 자고로 날개가 돌아가면서 일으키는 바람을 활용한다는 상식을 깨고 날개 없는 선풍기(2009년)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헤드 부분에 있던 모터를 손잡이 부분에 넣어 다양한 기능을 개선한 새로운 헤어드라이어(2016년)를 들고 나왔다.

가격이 비싸다는 부정적 시선에도 다이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은 소비자들이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 만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제임스 다이슨 창업주를 만난 뒤 다이슨의 특징에 대한 이해는 보다 명확해졌다. 1947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일흔이 된 백발의 신사는 이날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그룹 인터뷰를 17차례나 진행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산업디자이너다. 1960년대에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던 고속상륙정 ‘시트럭’을 개발했다. 1974년에는 바퀴를 둥그런 공으로 대체한 정원용 손수레 ‘볼배로’를 탄생시켰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기능을 따른 디자인’으로 요약된다. 예쁘게 디자인한 제품이 잘 팔릴 수는 있지만 고객들의 삶을 개선할 가치는 기술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 역시 다이슨이 자랑하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속도가 빠른 디지털 모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이슨 싱가포르 연구디자인개발(RDD)센터에서 오로지 모터만 연구하는 100여 명의 엔지니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모터를 손잡이 부분에 감춘 슈퍼소닉은 마이크 모양에 가까운 독특한(하지만 예쁜)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물론 제임스 다이슨이 ‘꽃길’만 걸어온 건 아니다. 1978년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뒤 DC01을 내놓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1980년대 중반 일본 기업 에이펙스와 로열티 계약을 맺고 ‘G포스’라는 진공청소기를 판매한 적은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상식을 깬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낸 획기적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반드시 성공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식에 매몰된 많은 사람들에게 “비(非)상식적”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에도 제임스 다이슨과 같은 잠재력 있는 인물들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한국은 오랫동안 선진국을 열심히 쫓기만 했다. 그러다 중국이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턱밑까지 쫓아오자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기업가정신을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제품, 서비스)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의지”라고 정의했다. 한국 기업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볼 말인 것 같다. 비록 기업가는 아니지만 필자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해볼까 한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다이슨#영국#청소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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