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웨덴 출장 중 만난 중국인 여기자 쉬첸첸 씨(27)는 아주 생경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폭증하는 인구를 주체할 수 없는 나라로만 여겼던 중국의 ‘반전’ 스토리였다.
쉬 씨는 중국의 세태를 자신의 성장 배경과 함께 설명해줬다. 그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사업가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나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대에서 국제언론경영학을 전공했다. 런던에서 한 라디오방송의 보조 프로듀서로 일하다 최근 고향으로 돌아가 기자가 됐고,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세대였다.
하지만 쉬 씨는 자녀를 5년 후 1명만 낳거나, 아예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영국 유학을 한 다른 바링허우 세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1자녀 정책을 폐기했지만 “둘째를 갖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중국 육아 시장 확대로 국내 업체들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뉴스만 접한 한국 기자에게는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쉬 씨의 논리는 그 나름대로 탄탄했다. 중국은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다. 부유한 삶을 살기 위해선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고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단다. 자녀 1명은 괜찮지만 2명 이상은 유학을 보내기 어려우니, 애를 낳지 말자는 인식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쉬 씨는 “아이가 둘 이상이 되면 부모의 재화를 나눠야 한다. 외동은 외동의 장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국내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한국도 ‘외동이 대물림되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5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미 1998년(1.45명)부터다. 1998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형제와 함께 자라기보다 외동으로 클 가능성이 더 크다. 현 세대가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면, 1998년생 이후는 자신이 체득한 ‘외동의 장점’을 떠올리며 더 쉽게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세대가 출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8년 이후에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별 효과가 없는 ‘저출산 만성화 단계’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기 전에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은 이래서 제기된다.
저출산의 파국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지금처럼 저출산 추세가 계속되면 2035년 중대형뿐 아니라 소형 아파트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값이 폭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증가로 국내 경제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정부에는 1997년 외환위기에 비견될 정도로 ‘실패’ 딱지가 붙을 게 자명하다. 정치권과 담당 공무원들이 “2035년은 내가 그만둔 뒤다”라며 참담한 현실에 애써 눈감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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